현대차가 8월로 예정된 개정 파견법 시행을 앞두고 2년 미만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기간제로 바꾸려 하자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이하 현대차비정규직노조)가 26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불법파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수십 년간의 불법파견으로 인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통과 피해에 대법원이 직접고용 판결을 내렸지만, 회사 측이 불법행위를 중단하기는 켜녕 오히려 은폐하려 한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특히 지난 21일 통합진보당 심상정 의원과 민주통합당 은수미·김기식 의원 등 야당의원 3명이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한 것도 노조의 정 회장 고발과 맥을 같이 한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현대차에 "8월 2일 이전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프로그램을 내놔라"고 요구하면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정감사에 정몽구 회장 출석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직고용 한시계약직 투입 방침에 비정규직 노조 '분노'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26일 오전 10시 울산 옥동 울산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몽구 회장 고발 이유를 밝힌 뒤 고발장을 접수했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2012년 2월 23일 (사내하청노동자 최병승씨에 대한) 대법원의 불법파견 확정 판결 후 노사교섭으로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하지만 8월 2일 개정 파견법 적용을 앞두고 현대자동차는 2년 미만 사내하청노동자들을 6월 30일자로 정리해고(계약해지)하고 그 자리에 직고용 한시계약직을 채용하려 하고 있다"며 고발장 접수 이유를 밝혔다.

노조는 또 "정규직과 맞교대 하는 공정 등 불법파견 공정에서 일하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을 강제전환배치하고 그 자리에 직고용 한시계약직을 투입하려 하고 있다"며 "현대차의 일방적인 직고용 한시계약직 채용, 강제 전환배치 추진으로 지난 2개월 간의 노사대화는 물거품이 되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현대자동차는 겉으로는 대화에 나섰지만, 그 속내는 불법파견 대상자 축소, 불법파견 증거인멸, 진성도급화(합법도급) 추진 등 불법파견 은폐에 집착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이로 인해 현대차비정규직노조의 2년 미만 조합원과 2년 이상 조합원들은 6월 30일자로 계약해지와 강제전환배치를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6월 22일 사측에 5차 보충교섭을 요구하고 계약해지 중단, 직고용 한시계약직 채용 중단, 강제전환배치 중단을 촉구했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더 이상의 대화시도는 무의미하다는 판단아래 정몽구 회장을 검찰에 파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정몽구 회장 고발 

현대차비정규직노조의 고발 내용은 정몽구 회장과 현대자동차가 근로자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직접생산공정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혐의와, 허가받지 않은 파견업체로부터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혐의 등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노조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모든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사실상 파견노동자이지만, 보다 신속한 조사 및 조치를 위해 정 회장 등 5명을 특정해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고발장을 접수하며 "울산지검은 이제 현대자동차와 정몽구 회장에 대해 엄정한 법집행에 나서야 한다"며 "오늘 고발을 계기로 정몽구 회장에 대한 즉각적인 구속수사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지난 4일 울산 남구 달동 새누리당 울산시당사를 찾아 "새누리당이 19대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비정규직법은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정을 무력화하기 위한 꼼수"라며 새누리당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항의서한을 전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