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11 총선을 앞뒀던 지난 3월부터 소득과 상관없이 만 5세 및 0세~2세 영유아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하는 내용의 무상보육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오는 10월부터는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무상보육 예산을 모두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지자체 간 예산 비율을 50:50 로 책정했으나 지자체가 모자라는 예산을 추경에서 편성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115만여명인 울산광역시의 경우 0세에서 2세 무상보육 예산은 모두 1365억이 소요될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확보된 예산은 국비 377억, 시비 178억, 구군비 96억을 포함한 652억이다. 모자라 예산 713억원은 정부와 울산시가 추경으로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 부족분 예산 중 일부로 보조금 91억을 울산시에 내려 보냈지만 울산시는 이에 대응하는 시비 46억을 이번 추경에서 편성하지 않은 것. 현재 이 예산대로라면 0세~2세의 무상보육 예산은 8, 9월이면 끝나는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시의회는 10일간 회기로 12일 오전 임시회를 개회하면서 올해 1차 추경예산안을 다룰 예정이지만 울산시는 무상보육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이같은 울산시의 무상보육 예산 미편성은 최근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이 정책이 지방정부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일"이라며 무상보육 추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의결한 것이 원인이다. 울산 뿐 아니라 전국 시도가 동일하다.

류경민 의원 "지방채 발행하고 내년 국고에서 지원"

울산시의회 환경복지위원회 류경민 의원(통합진보당)은 12일 개회한 울산시의회 임시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이같은 정부와 지자체의 무상보육 예산 정책을 강하게 비난했다.

류경민 의원은 "정부와 지자체간의 이러한 팽팽한 대립속에서 무상보육 정책은 자칫 파행을 맞고 중단될 위기에 처해졌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과 부모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 의원은 "요즘 부모들로부터 '어린이집 예산이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이는 저뿐 아니라 공무원과 다른 시의원님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며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정부가 정책을 펼쳐나갈 때는 소요되는 예산을 추정하고 그에 따른 예산계획을 세우는 것은 기본이며, 지자체의 예산부족현상을 예상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지자체와 협의도 없이 이러한 정책을 세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무상보육 보조금이 지급되면 당연히 어린이집 이용수요가 증가하기 마련인데 정부는 수용예측을 과소 계상하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며 "예산소요에 대한 계획없이 정책을 세웠다가 조만간 아이들을 볼모를 삼게되는 기가 막힌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류경민 의원은 이번 무상보육 파행 원인에 대해 "지난해 8월 서울시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를 앞두고 여당이 무상급식에 대한 맞불로 무상보육을 불쑥 내세우고, 이명박 대통령이 연말과 연초에 무상보육을 강조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며 정책은 급물살을 타 일사천리로 결정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가 임기 안에 서둘러 무상보육을 실현해 표심을 얻기 위해 실현한 조급증이 부작용을 낳은 것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밝혔다.

류 의원은 이어 "이러한 사태가 왜 발생했냐보다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며 "무상보육정책은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이고 정부와 국가가 아이들의 보육을 책임지는 것은 옳은 방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류 의원은 "여기에 어떤 정치적 계산도 개입해서는 안되며 울산시가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이 정책이 파행을 맞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추경을 편성하지 않고 힘 대결로 간다면 결국 피해는 부모들과 아이들이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류 의원은 그러면서 두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첫째는 정부가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추경예산의 본질은 예측불가능한 요인에 의한 추가재원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명분이 없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고 우려했다.

이어 "둘째는 지자체에서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하고, 그 부분을 내년에 국고에서 보전 받는 방법"이라며 "어떠한 방법이 되든 아이들과 부모들이 피해를 받지 않는 방향으로 정부와 지자체간의 합리적인 안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