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보건소가 전문성을 요하는 주민대상 성병 검진을 하면서 지난 1년 6개월간 검진 자격이 없는 치위생사에게 검진을 맡겨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 여성계와 민주노동당 여성의원 등은 "성병검사는 환자의 신체에 직접 시술을 가하는 전문성을 요하는 행위로, 무자격자에게 검사를 맡긴 것은 주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남구보건소장의 사퇴와 남구청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유흥가 밀집, 성병 감염 우려에 여성계 분노

울산여성회와 울산민노당 이은주 시의원, 조남애 남구의원 등은 16일 오전 10시 45분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 남구보건소의 무자격 성병검진을 비난했다. 이들은 "성병검진은 여성의 질내에 검사기구를 삽입, 가검물을 채취하는, 침습성(세균이 침범함)이 있는 의료 행위"라며 항의했다.

이처럼 여성들이 분개하는 이유는 성병 검사에 사용한 기구 등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도 감염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임신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구를 제외한 지역 4개 구군보건소는 성병검진 자격이 있는 임상병리사가 검진 업무를 담당하지만 유독 남구보건소만 이를 위반하고 있다는 것도 지역 의원과 여성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이들은 "남구보건소는 2009년 1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성병검진 업무를 전문가가 아니 무자격자에게 하도록 지시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성병검진은 전문성을 요하는 의료행위로 임상병리사와 간호사 외에 그 업무를 분장하지 못한다"며 "하지만 남구보건소는 자격이 없는 치위생사에게 오랫동안 업무를 보게 함으로써 의료법, 의료기사법을 위반해 주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민간의료기간의 의료법 및 의료기사법 위반을 단속하고 관리해야 하는 보건소에서 다년간 불법의료행위를 한 행위는 보건체계의 허술함을 드러낸 것"이라며 "주민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명백한 불법의료행위를 저지른 남구보건소장은 즉각 사퇴하고 이를 알고도 묵인·방조한 김두겸 남구청장은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황병훈 남구보건소장은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토록 하겠다"며 "하지만 4명이던임상병리사가 3명으로 줄었고, 1명마저 출산휴가를 가는 등 연 3만5000명의 성병 검진을 감당하기에는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남구보건소장은 이어 "의료법을 어긴 것은 맞지만 현실은 그렇치 못하다"며 "법과 현실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