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해 민생복지예산으로 쓰자고 한 제안은 묵살한 채 반공 교육에 쓰네요. 소수당의 한계를 느낍니다"

울산시의회 상임위(교사위)에서 삭감된 통일교재 예산 1억4600여만원을 포함해 삭감된 여러 예산이 지난 11일, 14일 열린 예결위에서 그대로 부활되자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임상우 부대변인은 16일 이같이 말했다.

울산시의회 예산 심의를 앞두고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790억의 예산을 삭감해 민생복지예산에 지원할 것"을 여러차례 제안했었다. 하지만 전체 예산 중 삭감된 예산은 0.1%인 10억여원, 삭감된 예산들이 부활된 결과다. 

그 한 예가 통일교재. 울산교육청은 올해 통일교재 예산 9100여만원보다 무려 630%나 증액된 5억7800여만원을 편성했지만 일선학교에서는 사실상 사용하지 않고, 학교 현장의 여론 수렴이 전혀 없어 논란이 일었다.

이후 울산시의회 교사위는 예산 심의를 하면서 그나마 이 예산 중 초등학교용 통일교재 월간지 구입 비용 1억4600여만원을 삭감했지만 예결위가 계수조정을 하며 "통일교육이 필요하다"며 다시 부활시켰다.(15일자 '울산시의회, 사용 않는 통일교재 삭감 예산 부활')

울산민노당은 "논란이 되었던 통일교재 예산을 삭감하기는커녕 이미 상임위에서 전액 삭감한 통일월간지 예산마저 부활시켰다"며 "삭감한 통일월간지는 말이 통일도서지 사실은 반북적이며 조악한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미 통일교재 예산이 초등학교 3, 4, 5, 6학년 모든 학생용과 교사용으로 편성된 상황에서 중복예산이다"고 밝혔다.

삭감됐다 부활한 통일 교재 월간지 1억 4668만원어치(초등학교 4~6학년 학급당 1권씩)가 또 다른 통일교재 구입비 2억 6436만원(초등 3~6학년 학생 1인당 1권 및 교사 1인당)과 중복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특이한 점은 삭감된 통일교재 월간지를 보는 시각차다. 민주노동당은 앞서와 같이 "반북적이며 조악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책자를 살펴본 전교조 울산지부는 "재미있게 꾸몄다지만 북한의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하고 안보를 부각시켜 미래 통일을 대비하는 교육용으로서는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울산시교육청 담당 장학관은 "이 월간지가 아주 흥미롭고 학생들이 분단상황을 잘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며 "교실에 비치하면 효과가 높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책 내용을 아는지는 모르지만 울산시의회 예결위는 "통일교육은 필요하다"며 예산을 부활했다.

예산 삭감해 복지에 쓰자는 제안 물거품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이같은 통일교재를 포함해 예결위가 다수의 예산을 부활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며 15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용납 못할 일"이라고 했다.

울산민노당은 "의회 예결위는 기본적으로 상임위원회 예산심의 내용을 존중하면서 추가로 심의할 내용을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러나 이번 예결위는 상임위원회 예산심의를 철저히 무시하고 삭감된 예산을 원칙 없이 부활하는데 앞장선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한나라당 예결위원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과연 누구를 위한 예산부활이며 예산부활의 정확한 사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번 울산시의회 상임위에서 삭감됐다 예결위에서 부활된 울산시예산은 산업건설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된 울산~부산 복선전철화사업 분담금(15억 가운데 10억), 내무위원회에서 삭감된 태화루 시문집 편찬 예산(3000만원), 교육사회위원회에서 삭감된 크리스마스트리 설치예산(2000만원), 태화강 수중정화활동예산(2억중 5000만원), 건강걷기대회 예산(5000 중 1500만원) 등이다.

또한 부활된 교육청 예산은 교실조명개선(LED전등교체) 예산(3억), 통일월간지 예산(1억5천만원) 등이다.

울산민노당은 "태화루 시문집 3000만원 부활은 사유도 분명하지 않고 아직 복원되지도 않은 태화루에 대한 시문집이 그렇게 시급한 사업도 아닌데도 부활됐다"며 "크리스마스트리 설치예산 부활 사유는 '경제가 어려우니 더 환히 밝히자'는 주장이었다"고 분개했다.

울산교육청의 교실조명개선 예산 3억원 부활에 대해서는 "시범학교 한 곳에 실시해 효과를 보고 더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삭감했는데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울산민노당은 "이번 예결위의 예산심의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예결위에 참가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시민의 대변자가 아닌 집행부의 허수아비 노릇에 충실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예결위는 시민을 위한 한해 살림살이를 조목조목 살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삭감된 예산을 집행부를 위해 부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15일 본회의에서 이은주 의원(민주노동당)은 상임위 삭감액 중 예결위에서 부활한 교육청의 통일월간지 예산(1억5천만원) 등의 삭감을 요구하는 제안질의를 해 찬반토론을 거쳐 울산시의회 사상 처음으로 본회의에서 기립표결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 결과 원안에 대한 찬성 14, 반대 4로 예결위 원안대로 가결시켰다. 전체 19명의 울산시의원 중 의장(한나라당)을 제외한 한나라당 14명 민주노동당 4명 등 소속당 의사가 그대로 반영됐다.

한편 울산시의회(의장 윤명희)는 15일 오후 2시 의사당 4층 본회의장에서 제3차 본회의를 열어 울산시와 교육청의 2010년도 당초예산안 및 2009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심사 의결한대로 가결시켰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울산시의 2010년도 예산 요구액 2조1719억6352만2000원의 0.1%인 10억3073만6000원을 삭감했다.

주요 삭감으로는 울산시청광장 초화류 관리 5000만원, 울산 그린스타트대회 개최 지원 3000만원, 태화강 둔치 테마공원 조성 1000만원, 화학산업 글로벌 육성산업 4200만원 등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