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파문이 일고 있다. 성폭행범에게 전자팔찌를 채워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동아일보 여기자에 가해진 국회의원의 성추행 사건은 성에 대한 이 사회의 기본 관념을 재정립해야할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침묵하며 관망하고 있는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시선은 여전히 '이 정도 가지고 뭘' 하는 정도다.

담론은 '왜 그자리에 있었나' '보편적인 일 아닌가'로 이어진다. 필자가 어제(27) 만난 개혁적인 한 논객조차 "우리사회에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는 논평을 쏟아냈다.

네티즌들이 들끓고 여성계가 분노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사회를 이끌어 간다는 나이지긋한 기득권층은 이 사건이 논란이 되는데 대해 되레 이상하게 생각하기까지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그것은 여전히 우리사회가 변화를 싫어하는 풍토에 젖어 있음을 의미한다.

필자는 평소 친분이 있던 지역의 한 여성단체에서 '직장내 성추행'에 관한 상담 사례들을 훑어 본 적이 있다. 이 사례들에는 이번 성추행 사건은 사례측에도 끼이지 못할 정도의 성추행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사례 말미에는 "그냥 상담만 하지 공론화되기는 원치 않는다'는 결론이 맺어져 있었다. 개중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경우도 있었지만.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일반화되다보니 이성관 차이에서 오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도출되곤 한다. 몇가지 유형으로보면, 첫째 여성들과의 적극적이 사회생활 경험이 부족했던 남성들의 잘못된 성관념이 표출되는 경우다.

미소와 친절을 호감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우다. 이런 오해는 자칫 성추행과 같은 범죄로 전이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어려서부터의 성교육이 얼마나 실천되지 않고있나 하는 점을 가늠케해 준다.

둘째로는 아직도 많은 여성, 특히 주부의 경우 성추행과 같은 억울함을 당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사회풍토를 엿볼 수 있다. 이 문제를 알릴 경우 가정이나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곧 우리내 가정이 동등한 부부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거나, 우리사회가 남성위주의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는 이런 남성우월적 관념들이 '지위를 이용한 성적 희롱'으로 변질될 수 잇다는 것이다.

상담 사례에서 본 경우다. 대기업 직장내에서 비정규직 주부가 정규직 간부에게 언어적, 신체적 성희롱을 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이 주부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자리 보존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화, 직장의 남성 독점 권력화를 말해주는 것이다.

이번 여기자에 가해진 성추행 사건은 어쩌면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행해지고 있던 여러 유형의 성추행에 대한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수도 있다. 그간 피해자들의 하소연들이 봇물처럼 치솟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머지 피해자들은 이 여기자와 같은 용기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사회의 고정관념이 그만큼 뿌리깊고 강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