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12월 17일 오후 7시 통합진보당 울산시당이 울산 북구청 대강당에서 6.4지방선거 후보선출대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2014년 6.4지방선거를 3개월 보름 앞둔 현재 새누리당의 공세가 강화되는 등 궁지에 몰리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특히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 각각 5만여명이 넘는 노동자가 있는 대기업 노조의 노동세력을 바탕으로 국회의원과 구청장을 비롯해 지방의원 다수를 배출하며 '진보정치 일번지'로 불리는 울산이 더욱 그렀다.

통합진보당은 현재 울산에서 5개 구군 중 2명의 구청장과 70여석의 지방의원 중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제1야당으로, 이번 6.4지방선거에 시장과 구청장 3명, 다수 지방의원들이 출마를 선언했지만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17일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사건'이 유죄 판결을 받은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 사법부가 지난 19대 총선 때의 비례대표 경선 대리투표 혐의에 대해 김종훈 현 동구청장에게 벌금 30만원, 2명에게 집행유예 2년, 그리고 11명에게 벌금 50만~500만원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예견된 수순인 듯, 일찌감치 진보구청장이 있는 동구와 북구를 노리던 새누리당이 공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여기다 통합진보당은 내란음모 유죄 판결을 두고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측이 보인 미온적인 입장으로 우군이 없는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는 것.

새누리당 동구지역 지방의원들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하는 세력들 앞장서 척결"

지난 18일 오후 동구청장 출마를 선언한 바 있는 새누리당 권명호 울산시의회 부의장과 강대길 시의원, 그리고 새누리당 소속 동구의회 의원들이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진보당에 공세를 펴면서 현 김종훈 동구청장의 사퇴까지 거론했다.

이들은 "내란선동으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고 경선대리투표로 주민을 우롱한 통합진보당은 울산시민에게 석고대죄하고 관련자는 공직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한 것.

또한 새누리당 지방의원들은 "동구 당협차원에서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해 기자회견을 갖게 됐다"며 "이번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을 앞장서 척결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굳건히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새누리당 공세 등으로 궁지에 몰린 통합진보당을 지원하고 나선 것은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였다. 울산인권운동연대 등 20여개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울산공안탄압대책위는 18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의 내란음모 판결을 비난했다. 

이들은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유죄 판결에 대해 "이번 판결은 몰이성과 자유의 죽음에 면죄부를 발부했다"며 "사회적 논란은 더욱 커질 것이고 생각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감시와 체포, 구금을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법부는 소위 내란음모로부터 법과 국가를 지키는 판결을 내렸다고 자임할지도 모르겠으나, 민주주의와 사상의 자유를 전체주의 혐오에 내주는 판결일 뿐"이라며 "사법부가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판결을 내릴수록 사회는 법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책임은 온전히 사법부에 있으며, 우리는 사법부가 무엇을 말했든 민주주의와 사상의 자유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는 그동안 노동문제 등의 갖가지 사안 때 함께 하던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은 참여하지 않았다. 통합진보당의 고민은 여기서 더 깊어진다.

이처럼 공세가 강화되자 통합진보당 울산시당은 야권에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울산통합진보당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이 새누리당 2중대와 3중대로 전락했다"며 두 당이 내란음모 유죄 판결 취한 입장을 비난했다.

울산통합진보당은 "두 당은 박근혜 정권의 대선부정을 덮기 위한 명백한 정치판결을 지지했다"며 "반공과 레드컴플렉스로 연명하는 새누리당은 차치하고 야당이 보인 입장은 실로 충격적"이라고 평했다.

이어 "민주당은 '국민상식에 반하고 시대흐름과 동떨어진 위법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라고, 안철수 신당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며 "무엇이 국민상식이고 누가 헌법과 민주주의를 위협했는지를 두 당에게 묻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작한 증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국민상식이고 법상식이다"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파괴한 건 대통령 선거에 불법 개입한 국정원과 이를 덮는 박근혜 정권이지 진보당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23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은 김대중 대통령 내란음모사건과 강기훈 씨 유서대필사건, 33년 만에 무죄가 밝혀진 부림사건 등이 조작사건이었다는 사실을 두 당은 잊었는가"고 되묻고 "아니면 새누리당의 종북몰이 매카시즘에 동참하려는 것인가"고 꼬집었다.

이어 "진보당 울산시당은 두 당에 유감을 넘어 깊은 분노를 전하며, 민주당은 제1야당 본연의 자리를 찾고 안철수 신당도 구태를 답습 않는 새정치다운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며 " 또 새누리당이 제안할 이석기 의원 제명안 등에서도 진정 민주적인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잇따른 진보당 악재...진보정치일번지의 6.4 지방선거 판도 어떻게 변할까

6.4 지방선거를 불과 3개월 보름 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악재가 터지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공세가 강화되자 지역 정가는 '진보정치일번지에 일대 변화가 올 것인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노동자 세력을 발판으로 울산 동구와 북구는 통합진보당 구청장과 과반석 이상의 지방의원이 있지만 잇딴 악재를 어떻게 견뎌내느냐 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

이같은 새누리당의 공세와 야권의 미온적 태도는 차치하더라도, 물리적으로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선거에 나서지조차 못할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우려를 자아낸다.

지난 18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진보당 정당해산심판 2차 변론기일이 열렸지만 6.4 지방선거 이전에 확정 판결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정당해산심판 청구와 함께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신청은 3월 혹은 6.4지방선거 전에 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가처분 신청은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입당과 출당을 불허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진보구청장과 지방의원들이 여차하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할 경우의 수까지 차단하고 있다.

만일 6.4지방선거 전에 새누리당 요구대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진보정치일번지에서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한 명도 나오지 못하는 일이 변혁이 생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