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2월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노동자들이 부품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중노위가 올해 3월 19일 32개 현대차 하청업체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후 고용노동부가 그 어떤 조치도 하지 않으면서 비정규직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 권우성

지난 3월 19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노조)가 제기한 사내하청업체의 부당해고 및 부당징계 신청에 대해 32개 하청업체를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이후 현재까지 아무런 후속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서 일부 업체들이 자진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2월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서 1978명을 불법파견으로 적발해 직접고용 명령을 냈고, 결국 이마트는 같은 직군에 속한 인력 전원인 하도급 인력 1만여 명을 지난 4월 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차의 경우 중노위 판정 이후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도 진행되지 않았고, 오히려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업체들이 자진 폐업이라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 만일 고용노동부가 행정조치를 했다면 해당업체들은 처벌을 받고 강제 폐업되면서 정규직 명령이 내려져야 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는 사이 자진폐업을 하면서 사태를 무마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그동안 현대차는 대법 판결 당사자인 최병승씨 외에는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으나 3월 중노위가 불법파견 판정을 내림에 따라 검찰이 다시 불법파견을 재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그 사이 비정규직 노동자 1100여명을 신규채용 방식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불법파견이라는 본질이 희석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4일 성명을 내고 "고용노동부가 직무유기하는 동안 불법파견 사업자들의 자발적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며 "고용노동부 장관 등을 직무유기로 고발함과 아울러 비정규직노조가 직접 나서서 32개업체 불법파견 사업자들에게 자진 폐쇄를 강력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폐업돼야 할 불법파견 업체들, 자진 폐업으로 사태 무마

지난 3월 중노위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현대차 울산공장 내 민성기업, 세종기업이 오는 6월 30일 폐업을 예고했고, 천우기업은 7월 1일 폐업을 예고했다. 이 업체들은 현재 자진 폐업절차를 밟고 있으며 폐업 공고문도 붙였다. 이들 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른 하청업체로 넘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011년 12월 부산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지성기업이 지난해 9월 30일자로 이미 폐업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용노동부가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해 전혀 움직이지 않자 비정규노조가 6월 5일1조, 2조 각 2시간 씩 부분파업을 하면서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불법파견사업장 폐쇄와 직접고용 지시 등 행정조치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날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집회에는 300여명의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이 참가할 예정이며, 집회 후에는 지회 쟁대위가 최성준 울산지청장과 면담을 갖고 직접고용 지시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이번 집회와 지청장 면담에서는 지난 3월 19일 중노위 판정에
따라 32개 불법파견 사업장 폐쇄, 사업주 소환조사 및 검찰 송치, 직접고용 지시 등 행정조치를 강력하게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노위로부터 불법파견으로 판정받은 32개업체는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근로자파견사업을 하는 업체'로 확인되었다"며 "따라서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관련 행정관청으로서, 불법파견 확인 조치를 즉각 취하고 파견법에 따라 불법파견 사업장 폐쇄조치와 해당사업장 노동자의 직접고용 지시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3월 19일 중노위로부터 불법파견이 확정된 현대차 하청업체는 32개로 해당 파견노동자가 2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 10년 이상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불법파견을 해 온 것을 중노위가 판정한 것이다.

비정규직노조는 "그동안 자행된 불법파견으로 임금, 복지, 고용안정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또한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은폐하려고 저지르고 있는 신규채용과 공정재배치 등으로 법적 권리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박석철 기자  psc@sisaul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