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훼손이 가속화 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
ⓒ 시사울산 자료사진

"새 정부 인사가 끝난 지난 주말, 비보가 날아들었다. 반구대암각화 보존문제에 원형보존을 굽히지 않는 고미술전문가가 문화재청장에 임명됐다."

지난 3월 18일자 한 울산지역 일간지에 실린 칼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울산 반구대 암각화 유적보전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잘 알려진 변영섭 고려대 교수를 문화재청장에 임명한 것을 두고 '비보'라고 한 것.

울산시(제방쌓기) 안과 문화재청·변영섭 문화재청장(사염댐 수위 조절) 안이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가운데 '비보'라고 한 것으로 미뤄,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법에 대한 지역언론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칼럼은 '댐 수위가 낮아지면 시민식수가 모자란다'는 울산시 주장의 현실성을 감안해 "이미 원형이 변한 반구대암각화를 두고 현재성을 인정하지 않는 보존은 망상이다"고도 했다.하지만 그동안 댐을 활용해 온 것을 보면 "만약 댐이나 태화강의 물관리를 제대로 했으면 반구대 암각화를 지켜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태화강 물축제 앞두고 비 안 내려... 댐 방류

▲  2007년 열린 태화강 물축제 때의 수영대회 모습. 울산시는 당시 비가 내리지 않자 15일강 많은 양의 사연댐·대안댐 물을 방류해 논란이 일었다
ⓒ 박석철

울산은 과거 공업도시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태화강이 오염되는 등 공해도시라는 악명을 들었다. 하지만 2000년 대 들어 전 시민 구성원의 노력으로 태화강은 연어가 돌아올 만큼 깨끗해지고 대기오염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지난 2002년 울산시장에 당선된 후 2006년 재선에 성공한 박맹우 시장과 울산시는 태화강의 성공신화를 대대적으로 알려나가기 시작했다. 야권에서는 "태화강 수질 정화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 결과다"고 맞섰지만, 태화강은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을 추진하며 "모델로 삼겠다"고 언급할 정도로 명성이 높아져 갔다.

박맹우 시장은 2006년 재선에 성공했고,  울산시는 그해 태화강을 널리 알리는 일환으로 태화강 물축제를 시작했다. 태화강에서 수영대회, 용선대회 등을 열면서 깨끗해진 태화강 성공 신화를 널리 알린다는 구상에 야권에서는 "치적 홍보"라는 지적도 나왔다.

문제는 2007년 두 번째 열린 태화강 물축제 때 발생했다. 2007년 당시는 반구대 암각화 훼손 문제가 쟁점이 되면서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보존 방법을 두고 갈등을 겪기 시작했고, 울산시가 문화재청의 사연댐 수위 조절안을 식수부족을 들어 반대할 때다. 당시 울산시는 현재의 생태제방 안과 비슷한 차수벽(물막이벽) 설치를 주장하며 문화재청을 압박했다.

하지만 울산시가 그해 6월 1일부터 3일간 치른 태화강물축제를 위해 15일간 사연댐과 대곡댐의 식수를 방류한 것으로 드러나 수억 원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 그해 11월 울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 이은주 시의원은 "3일간의 태화강물축제를 위해 시민 식수원인 사연댐과 대곡댐의 물을 15일간 방류해 낙동강 물을 구매하는데 막대한 시민의 혈세를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 증거로 울산시가 "5월 20일부터 6월 3일까지 15일간 약 300만 톤의 용수 방류를 협조 요청"한 공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조사결과 실제 방류된 물의 양은 138만6000톤"이라며 "이는 원수 구매가격을 톤당 213원으로 환산할 경우 2억900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특히 문제는 당시 가뭄이 들어 비가 내리지 않았고, 울산시가 축제를 위해 사연댐 물을 방류한 후 7월 23일의 저수율이 36%(850만 톤), 대곡댐은 17%(480만 톤)으로 낮아졌다는 것. 이같은 당시 사연댐 수위는 현재 문화재청이 낮추고자 하는 52m보다 낮은 것이었다. 이 때문에 이은주 의원은 "물축제를 위해 시민식수인 사연댐 등을 방류한 결과로 울산시가 이기간 낙동강 원수를 구입하는데 5억1000만 원의 혈세를 낭비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연댐은 우기 때면 수위가 60m에 이른다. 문화재청과 문화계는 이 수위를 52m로 낮추면 반구대 암각화는 1년 내내 물에 잠기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갈수기인 3월 사연댐의 수위도 52m 정도다. 하지만 울산시는 수위를 상시적으로 낮출 경우 시민의 식수가 부족해진다는 입장이다.

당시 질책을 받은 울산시 조기수 환경국장은 "상반기 가뭄이 심해 물축제를 앞둔 지난 5월 부득이하게 식수댐을 방류했다"며 "하지만 낙동강 원수를 추가로 구입한 것은 아니며, 식수댐의 저수량이 낮아졌다가 비가 내려 복원됐을 뿐, 실질적인 혈세낭비는 없었다"고 주장했었다.

범람하는 태화강물 사용 방법 찾는다면?

▲  지난해 9월 17일 태풍 '산바' 영향으로 울산 태화강이 범람하고 있다
ⓒ 박석철

울산시에 있는 전용댐은 사연댐(1965년 축조), 대곡댐(1969년), 회야댐(1986년)으로, 울산시에 따르면 현재 전체 울산시민에게 필요한 물은 하루 33만 톤이다. 울산시 담당자는 최근 취재에서 "이들 댐에서 나오는 물로도 모자라 하루 6만 톤 가량의 물을 낙동강에서 연간 35억 원의 비용을 들여 끌어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울산시 담당자는 "지금도 물이 모자라 돈을 주고 낙동강 물을 끌어오지만, 물의 품질이 나빠 문제"라며 "이런 와중에 사연댐 수위가 낮아지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물축제를 위해 방류된 댐의 물 138만 6000톤은 현재 낙동강에서 사오는 물 23일치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와는 반대로 울산지역 댐과 태화강은 태풍 때가 되면 때때로 범람하면서 그 휴유증이 크다. 지난해 9월 17일에도 태풍 '산바' 의 영향으로 태화강이 범람하고 지역 곳곳에서 침수가 발생했다. 9월 16일 101mm, 17일 오후 1시 30분까지 106.5mm 등 모두 207.5mmm가 내렸는데, 당시  총저수용량이 2850만톤인 대곡댐이 만수위(120ｍ)에 달하면서 초당 60~100톤을 방류하기도 했다.

만일, 이같이 해마다 겪는 우수기의 물을 용수로 활용하는 방안을 일찍부터 찾는다면, 축제 성공을 위해 갈수기 댐의 물을 방류하는 일이나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댐 수위를 나누는데 대한 대안을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박석철 기자  psc@sisaul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