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울산의 산업공단에서 올해 들어서만 20여 건의 크고 작은 폭발사고가 발생하는 등 안전우려가 높아지자 지역환경·시민단체가 대선후보에게 안전대책 공약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전사고를 책임지는 소방장치의 구매 특혜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울산은 지역 울주군을 포함해 인근 도시에 모두 9기의 원전이 있어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시민들의 불안이 더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의혹이다.

천병태 시의원 "입찰공고에는 45m, 실제 구입차는 44m"

통합진보당 소속 천병태 시의원은 22일 울산시 소방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고가 사다리소방차와 컴퓨터 구매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010년에 11억을 주고 구매한 고가사다리차가 입찰공고에는 45m 짜리인데 실제로 받은 물품은 44m라는 것. 또한 모두 1억3500만 원 어치의 컴퓨터를 구매하면서 5000만 원 이상은 입찰해야 한다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4개 소방기관이 각각 나눠 구매했다는 의혹이다. 천 의원은 "울산시 소방본부는 물품구매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천병태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울산시 소방본부가 13억 원의 예산으로 고가굴절 사다리차를 조달청을 통해 구매했다. 입찰당시 조건에는 최고높이가 45m 이상이라고 명시했지만 실제 납품받은 고가사다리차는 45m가 아닌 44m라는 것.

답변에 나선 울산시 소방본부는 "실제 모델 F44RLX의 경우 장비를 소개하는 소개서에는 사다리의 높이를 44m로 기재하고 있지만, 소방산업기술원의 실측 기준은 사다리의 바스켓에서 사람이 탑승해 손을 뻗는 길이가 최종작업 높이"라며 "이 때문에 최종 사다리의 높이는 45m"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천 의원은 "소방본부의 발주 당시 공고문에는 45m만 되어 있고 실측 높이라든가 실제 작업가능 높이 등 부가적인 기준이 없다"며 "따라서 이는 물품의 제원상 높이를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천 의원은 "울산시 소방본부의 최근 3년간 5억 원 이상 물품구매 입찰현황을 보면 모두 4건을 구매했고 낙찰가액은 42억9100만 원인데, 문제가 제기된 해당업체가 3개의 물품을 낙찰받았고 낙찰가액은 36억3100만 원으로 전체 낙찰액의 84%"라며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울산소방본부 컴퓨터 왜 나눠 구매했나?"

천 의원은 울산시 소방본부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구매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천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소방본부는 지난 2월 수십 대의 컴퓨터를 일괄 구매하지 않고 울산소방본부와 일선소방서 3곳에서 개별적으로 구매했다. 천 의원은 "특정업체 밀어주기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천 의원 자료에 따르면 울산소방본부 3400만 원, 중부소방서 3200만 원, 남부소방서는 4500만 원, 동부소방서는 2400만 원어치의 컴퓨터를 각각 한 업체의 특정모델 컴퓨터를 지목해 조달청을 통해 각각 구매했다.

천병태 의원은 "공공기관에서 컴퓨터를 구입할 경우, 5000만 원 이상이면 공개입찰을 해야 하는데도 입찰을 피하기 위해 개별구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또한 입찰을 했다면 조달청 단가보다 30% 정도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예산 낭비를 했다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조달청을 통해 구매했지만 입찰보다 못한 결과를 낳아 예산낭비와 특정업체 밀어주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울산소방 관계자는 "구매수량이 많고 A/S의 편리성 때문에 해당 업체 제품을 구매하기로 협의했다"며 "각 소방서가 개별로 구매했지만 결국 공동구매 효과를 노린 것인데 덕분에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