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당 소속 하현숙 울산시의원(가운데)이 8월 7일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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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권력에 폭행을 당했는데 도리어 죽창을 휘두르는 난폭자로 낙인 찍히는 그들의 심정은 오죽할까요?"

현대차비정규직 노조가 대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힘겨운 싸움을 벌여도 정치권은 미온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관련 기사: 경제민주화 올인? 울산에서는 '거짓말') 울산시의원이 '울산광역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해 주목된다.

통합진보당 하현숙 울산시의원이 지난 3일 발의한 울산인권보장 조례는 "모든 시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해 행복한 지역사회를 실현하려면 시민의 인권보호 및 증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추진 이유다.

하현숙 의원은 6일 전화통화에서 "부자도시로 전국에 소문난 울산이지만 상대적 차별과 강자에 의해 고통 받는 시민들이 대다수"라며 "정치권이 나서지 않으면 우선 지방의원들이라도 힘을 보태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이 있는 북구가 지역구인 그는 "현대차 비정규직들을 포함해 다문화시대를 맞아 지역에 공존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소외계층 등 제도적 장치로 인권을 보호해야 할 시민들이 산재해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민 인권보호 조례 무엇을 담았나

최근 현대차 비정규직 사태에서 드러난 실태 중의 하나는 "주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며 표를 얻어 당선된 지자체장과 정치인들이 막상 사회적 약자에게 어려움이 닥치면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조례는 "울산시장은 인권 증진을 위한 시책 및 사업의 발굴 추진을 하도록 하고 시민의 인권증진을 위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사업추진 기관 또는 단체에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해 지자체장이 책임지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울산인권조례에는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했을 경우 시장이 국가인권위원회 또는 형사사법기관에 알리는 등 당사자가 실질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신속히 조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울산시장은 인권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할 수 있다고도 규정했다.

만일 이 조례가 이미 제정되어 있었다면 지난 8월 18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간부들이 현대차 보안팀과 용역에게 폭행 당한 이후 현대차비정규직 사태가 급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비정규직노조가 폭행을 당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주목할 점은 울산시민인권조례가 15명 내외로 구성되는 인권위원회와 인권센터를 설치토록 하고 있다는 것. 또한 이들 인권위원들은 시의회의 추천을 받거나 인권단체 활동 경력이 있는 자, 학계 및 교육계에서 인권 관련 연구·경험이 있는 자 등을 임명하도록 정해 사회적 약자의 인권증진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했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 근무 조건도 열악

하현숙 시의원은 지난 8월 7일 일일당직 근무를 서면서 지역 아동센터 종사자들의 방문을 받고 이들의 처지를 들었다. 

이들은 월급이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 121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1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인 등으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울산의 지역아동센터는 현재 56개소가 있다.

하현숙 의원은 "아동센터 종사자들은 소외계층 아동들의 식사제공 등 보호활동은 물론 상담, 학습, 특별프로그램 운영 등 중요한 역할을 장시간으로 해오면서도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며, 명절 상여금이나 특근수당 등이 전혀 없이 일하고 있어 안타까웠다"며 "그 후 현대차 비정규직들에 대한 폭행소식도 전해졌다"고 말했다. 울산인권조례 발의의 계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례 발의에 찬성한 시의원이 전체 25명 중 김진영·천병태·이은영·이재현·류경민 의원(이상 통합진보당)과 정찬모·이선철(이상 전교조 출신 교육의원) 등 진보성향의 의원들 뿐이라 과반수가 넘는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표결에 반대할 경우 조례 제정이 무산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