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보수단체 등 박근혜 의원 지지층은 이번 대선에서 과연 박 의원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인가?

새누리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울산지역 보수단체 등이 사실상의 친박근혜 지지모임을 속속 발족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같은 의문이 나온 것은 왜일까.

최근 박근혜 의원의 행보와 이들 보수단체들이 과거 해왔던 행보를 연관지어 보면 이같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대기업 회장 구명운동을 고치려 한다?"

지난달 31일, 박근혜 의원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2003년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운동에 동참한 것을 두고 "그런 것을 고치려고 하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이같은 박 의원의 발언은 현재 그를 지지하고 있는 지역의 경제계, 보수단체 등 지지층의 견해와는 상반된 것이다.

이들 보수단체 등은 지난 7월 15일 울산 남구 옥동 가족문화센터에서 태화포럼을 창립했다. 위원장을 맡은 김명규 전 울산시정무부시장은 대표적 친박근혜계로 불리는 박맹우 울산시장의 선대본부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이들은 "포럼이 정치와 연계되는 것이 아닌, 순수한 시민단체로 울산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일하는 단체"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행사에는 박근혜 경선 캠프의 좌장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참석했고 지역언론은 "태화포럼은 울산 친박 외곽조직"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박근혜 지지층인 이들 울산지역 보수단체 등은 지난 2006년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구속될 당시 타원서 제출, 기자회견 등으로 정몽구 회장 구명운동에 앞장선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울산의 주력기업. 이 주력기업의 정몽구 회장이 회삿돈 천여 억원을 빼돌리고 회사에 3천여 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될 당시 울산지역 보수단체들은 정 회장 구명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 (관련기사: 2006년 4월 25일자 울산서 '정몽구살리기' 불붙는 까닭)

울산경제계와 보수단체 등은 정 회장 구속을 3일 앞둔 지난 2006년 4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몽구 부자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에 따라 현대자동차는 절체절명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으며 울산경제는 물론 한국의 경제가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며 "우리경제발전에 헌신한 기업총수는 우리 모두가 보호해야할 소중한 자산"이라며 사법당국에 선처를 호소했었다.

이들은 앞서 회견 하루전인 4월 24일에는 대검찰청 민원실을 찾아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부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신청한 보석이 허가돼 61일 만에 석방됐고, 이후 불구속으로 받은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정몽구 회장의 집행유예에 보수단체 등은 이를 적극 환영했지만 노동계의 의견을 판이 했다.

당시 지역 노동계는 "정몽구 회장을 감형한 사유가 사회공헌기금 1조원이라는 점에서 분노보다 허탈하기만 하다"며 "앞으로 삼성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자 등 가진 자 비리에 대한 면죄부 판결을 충분히 예고해준다"고 밝혔다.

또 "이번 판결로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정신은 여지없이 파괴되고 법의 정의는 죽었다"며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출신성분에 따라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나라임이 분명해 졌다"고 비난했었다.

박근혜와 지지층, 둘 중 하나는 견해 고칠까?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명운동에 안철수 원장이 동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이후 이를 비난한 박근혜 의원에 대해 보수단체 등 그의 지지층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특히 SK그룹도 현대차 그룹과 함께 울산지역의 주력 대기업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들 보수단체의 의중이 궁금해진다.

박 의원 지지층이 과거 정몽구 회장 구명운동을 벌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명운동을 반대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