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지방재정법 개정에 따라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올해 9월부터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시행해야 함에 따라 아직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울산지역 3개 구청이 조례안을 마련해 최근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입법예고안에는 이 제도 핵심인 시민위원회 구성과 관련된 조항을 모두 생략해 실질적으로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지 않는 등 법망을 피하기 위한 장치만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시민연대는 입법예고된 조례안을 분석한 결과를 이같이 밝히고 울주군과 중구·남구에 의견서를 보내 해당 지자체가 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반드시 조례에 반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다 울산광역시의 경우 아직 입법예고조차 하지 않고 있어 시민연대가 조만간 울산시를 상대로도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진보구청장은 7년전에 시행, 보수구청장은?

울산의 5개 기초단체 중 진보구청장이 있는 동구와 북구는 이미 6~7년전부터 주민참여를 시행중이며 주민참여를 더 확대하기 위해 현재 개선안을 마련중이다.

노동자들이 대거 거주하면서 진보진영 구청장을 잇따라 배출한 이 두 곳은 진보정치 일번지라 불렸고, 다른 지자체보다 한 발 앞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하면서 타 지자체의 롤모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울산 동구의 경우 민주노동당 소속 이갑용 구청장이 재직하던 지난 2004년 이미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마련해 시행중이며, 북구도 2005년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 이상범 구청장이 재직하면서 이 제도를 시행했다.

이 두곳은 2006년 한나라당 구청장 당선으로 주민참여예산제가 답보상태였으나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노동당 소속 윤종오 북구청장이, 올해 4.27 재선거에서 역시 같은 당 김종훈 동구청장이 당선되면서 현재 주민참여를 확대하는 개선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

여기에 반해 줄곳 한나라당 구청장이 있어 왔던 중구와 남구, 울주군의 경우 지금까지 주민참여를 시행하지 않다 이번 지방재정법 개정에 따라 중구는 지난 5월 30일, 울주군과 남구는 6월 2일 각각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울산시민연대가 울주군과 중구·남구의 조례안을 분석한 결과 세 곳 모두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표준안 중 가장 낮은 수준의 모델을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각종 위원회 구성과 관련된 조항을 모두 생략하면서 실질적으로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시민연대는 지적했다.

특히 조례안에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는 조항만 있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한 형식적인 수준이라는 것이 시민연대 분석이다.

울산시민연대는 "이들 3개 구는 지방재정법 개정에 따른 법 위반 만을 피하고자 주민참여에 대한 고민 없이 진행된 입법예고를 했다"며 "졸속행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울주군의 경우 최근 울산시민연대의 정보공개 요청에도 군수의 업무추진비 공개를 거부하면서 의혹을 받고 있는데, 시민단체는 이같은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주민참여예산제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6.2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신장열 울주군수 후보의 부인이 군청 관용카드로 주민들에게 핸드백을 선물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1월 21일 울산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제완 부장판사)로부터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던 것.

울산시민연대는 "주민참여예산제도로 지방자치단장이 독점적으로 행사해 왔던 예산편성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예산의 투명한 공개와 주민·지자체의 협의를 통한 예산편성으로 궁극적으로 재정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운영조례가 필요하다는 것.

시민연대는 또 "주민의 제안을 모으는 지역회의, 제안된 의견들을 심의하고 조정하는 시민위원회, 제도전반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연구회 등은 구성과 운영에 대해서 반드시 조항으로 명문화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울산시민연대는 "울주군과 중구·남구는 이번 조례안 입법예고를 수정하여 실제 주민들이 예산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최소한 동구·북구 수준의 주민참여예산제를 위해서는 위원회 구성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