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 한나라당 의원들과 무소속 의원 등 12명이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해외연수를 강행한 가운데 연수를 다녀온 이들 지방의원들이 4000여만 원에 달하는 경비 정산을 하지 않아 시민단체가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6·2 지방선거가 끝난 지 4개월이 지난 지난해 10월, 11월 중순 있을 첫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이 연수 포기를 선언한 가운데서도 이들 지방의원들은 일본, 상해 등지로 연수를 떠났다. 소요된 예산은 지방의원 12명이 2230만 원, 동행한 공무원 8명이 1610만 원 등 모두 3840만 원이다.

당시 지방의원들은 선진지 견학이라는 명목으로 해외연수를 준비하다 울산시민연대 반발에 부딪치자 "예산이 불용처리 된다"며 연수를 강행했었다.

하지만 막상 연수를 다녀온 의원들이 정산 자체를 하지 않아 해외연수 경비 사용내역을 확인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물론 관련규정을 어기고 해외연수보고서도 부실하게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으로 가는 해외연수, 내용 투명해야"

울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와 환경복지위원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관계공무원들은 지난해 10월, 4~5일 일정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연수 후 울산시민연대는 해외연수 경비사용내역을 정보공개청구 했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 이들 의원들이 "지방의원의 연수경비는 정해진 연간 한도가 있어 그 기준에 따라 지급하지만 따로 정산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아예 정산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

울산시민연대는 "이는 예산집행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행정안전부도 모든 예산은 정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히고 있다, 세금으로 가는 해외연수라면 그 내용도 투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시민연대 김동일 활동가는 "행안부에 문의를 하니 모든 예산은 정산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하지만 행안부가 정산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제재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는 "연수를 다녀온 의원들이 '단순히 정액제이기 때문에 정산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가뜩이나 해외연수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낮은 가운데 의혹만 키우게 된다"고 지적했다.

시의회 "한 사람당 180만 원 이하 경비, 정산 안 해도 된다"

해외연수보고서도 문제다. 지방의원은 해외연수 후 20일 이내에 연수보고서를 쓰고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하며, 울산시 조례에도 "20쪽 이상의 분량으로 여행의 세부내용, 수집자료와 업무분석내용까지 구체적으로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조례에는 "보고서는 여행을 다녀온 자가 직접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시의회 의원들의 이번 연수보고서를 보면 16페이지 중 실제 연수내용은 한 페이지도 안되는가 하면 보고서도 사무처 직원이 작성하고, 그나마 형식적으로 형태를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김 활동가는 "산업건설위원회의 경우 연수 때 찍은 사진도 한 장 없었다"며 "시민의 세금으로 연수를 다녀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12월 중 확인 작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울산시의회가 갑자기 홈페이지에 게시되었던 연수보고서를 삭제했다"며 "지난해 부실한 해외연수보고서로 곤혹을 치른 바 있어 급하게 보고서를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울산시의회가 자성에 앞서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의원 해외연수는 비단 5대 의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일로 결과는 똑같다, 구조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의회는 "지방의원 여비규정에 따라 의원 한 사람당 180만 원 이하 경비는 정산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며 "홈페이지서 연수보고서를 삭제한 것은 파일 용량이 커서 이를 줄이고 있는 상태"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