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으로 울산의 217개 전체 초·중·고교 중 95.8%인 208개교가 모두 70억 9000만원의 학교발전기금을 접수해 전년도보다 17억여원이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인 2006년 울산지역 학교발전기금이 전체 209개교 중 181교에서 53억9000만원이 거둬진 것을 감안하며 대폭 상승한 것이다.

이같은 울산의 학교발전기금 증가는 울산시교육청이 울산상공회의소와 손잡고 2007년 봄부터 추진중인 '1사1교 자매결연'의 영향이 크다.

울산교육청은 열악한 지방교육재정 확충 등을 이유로 2007년 4월 울산지역 각 기업체와 학교간 자매결연을 추진했고, 그해 말에는 217개 전체 초중고교가 170개 기업(한 기업이 여러 곳 지원한 경우도 있다)과 100% 자매결연을 맺었다.

교육청과 상의는 지난해 말 '1사1교 자매결연 100% 달성 기념행사'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계와 지역 일부에서는 '기업체에 부담'을 주거나 '학교가 자본(기업)의 영향력'에 휘말릴 수 있다며 이 제도에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 기업체의 학교 후원 들여다 보니 >

23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발전기금 70억 9000만원은 교육용기자재 및 도서구입비 36억4000만원, 학생복지 및 자치활동지원비 19억6000만원, 교육시설 확충 10억3000만원, 학교체육 및 학예활동지원비 4억3000만원 등으로 이뤄졌다.

교육청은 "울산지역의 많은 기업이 학교발전기금 기탁에 동참했다"며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많은 학교와 자매 결연을 맺고, 꾸준한 학교지원 활동을 펼침과 동시에 가장 많은 학교발전기금을 기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동서발전(주)울산화력본부, 한국수력원자력(주)고리본부, 농협중앙회를 비롯한 지역 단위농협 등도 학교발전기금에 동참했다.

울산시교육청은 "향후 학교발전기금 기탁이 기업이윤의 지역사회 환원이라는 기업의 가치경영을 실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시민에게도 지역 교육발전 동참의식을 심어줘 사회분위기 조성에 한 몫 할 것"으로 전망했다.

< 기업체 간부 학교운영위원으로 >

대규모 공장(기업)이 즐비한 울산은 그 영향으로 GRDP가 4만불에 달할 정도로 높다.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울산이 전국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라고도 한다.

이같은 산업 발달의 영향으로 울산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기업사랑ㆍ학교사랑 운동의 일환이라며 1사1교 자매결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1년도 채 안된 지난 11월 울산지역 전체 217개 초중고교와 170개 기업간의 결연으로 전국 최초로 100% 결연을 맺었다.

자매결연을 맺은 지역기업은 학교 시설개선 후원금이나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을 비롯해 학교 시설 개선 등도 지원하고 있다. 이에 학교도 효도방학을 기업체 휴무일에 맞춘다거나 운동장·강당 등 시설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울산시교육청은 "내고장 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 등을 교과서에 실어 학생들이 지역기업을 올바로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가르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우려하는 징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학교와 기업의 밀월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에도 기업 간부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울산 동구 한 초등학교의 경우 현대중공업 간부가 이 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지역위원으로 활동한다. 이 학교는 학교운영위원장과 또 다른 학교운영위원이 친 현대중공업 인사로 알려졌다. 때문에 학교가 친 기업으로 흐를 수밖에 없어 지역의 민감한 비정규직 문제 등에서 객관적인 시간이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계 한 인사는 "기업이 학교를 지원하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나, 학교가 자본에 예속돼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