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국가지정 격리병원인 울산대학교병원이 전국적으로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서도 환자와 직원들의 안전을 담당하는 안전업무와 환자들이 병원을 찾기 전 가장 먼저 만나는 전화상담, 진료예약, 환자 질병정보를 담당하는 콜센터의 외주화 추진을 강행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대학교병원은 지난 9일 노조측과의 올해 임단협 10차 협상에서 "7월 1일부터 콜센터 및 응급실 환자보호자 직원의 안전·안내 업무에 대해 외주화를 강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같은 외주화 강행은 울산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폭언폭행 문제가 심각하자 노사가 지난해 임단협에서 안전 전담 인력을 확충하기로 합의한 후 나온 일이라 노조측의 반발이 거세다(관련기사 : 울산대병원 '응급센터 안전업무' 외주화 추진 논란).

노조(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 본부 울산대학교병원분회)는 이에 따라 지난 10일 부산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접수했다. 노조는 병원측의 태도변화가 없다면 조정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24일이 지난 후 25일~2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메르스에 대한 우려가 깊은 현실에서 자칫 '울산대병원 파업'이라는 극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울산대병원측은 "응급센터 내에서의 폭언폭행을 방지하자는 것은 노사가 모두 동의하고 있다"며 "단지 병원으로서는 기존 직원을 늘리는 것보다 안전 전문업체를 통해 위험을 방지하자는 것이며, 콜센터 외주화도 역시 전문인력으로 가자는 취지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조 "병원 자본의 외주화는 메르스 사태 문제점 중 하나"
 

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울산대학교병원분회(노조)가 6월 11일 울산대병원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확산에도 안전업무와 전화상담업무 외주화를 강행하려는 병원측을 비난하고 있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한편 울산대병원 노조는 지난 11일 오전11시 울산대학교병원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대학교병원 사측은 단체협약 위반 일방적인 외주화를 중단하고 단체협약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메르스가 유행하는 가운데 병원 노동자들의 노조가 쟁의조정이라는 결단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러한 사태가 일어난 원인은 성실한 교섭과 조속한 타결을 원하기보다는 개악안을 내며 단체협약을 위반하면서까지 외주화를 밀어붙인 울산대학교병원 사측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질병정보를 외주화하고 환자와 직원들의 안전을 외주화하는 등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단체협약 위반 행위들을 즉각 중단하고 성실히 교섭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울산대병원 노동자들은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전 국민은 의료의 공공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하고 있고, 제대로 된 공공의료기관과 질병관리체계가 갖추어져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과 공포는 없었을 것"이라며 "병원 자본의 외주화가 감염관리의 사각지대를 넓히고 있는 것도 이번 메르스 사태의 문제점 중에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의 직접적인 감염관리에서 배제되어 있는 외주 하청노동자들은 전염병을 확산시키는 매개체가 되었다"며 "간병인들도 메르스에 노출됐고 응급실 외주경비인력도 감염에 노출되었다. 따라서 병원을 안전 사각지대로 만드는 병원 업무 외주화를 중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의료기관의 공공성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을 구축하고 있는 시스템과 인력이 공공적인 역할을 다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며 "수익을 위해 환자정보를 다루는 주요업무를 외주화하고 환자와 직원들의 안전관리 업무를 외주화 하면서 병원의 공공적 역할을 운운하는 것은 직원들과 지역 주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