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가 동구 미포동 33만2590㎡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2016년까지 산업단지를 조성하는데 대해 KBS울산방송이 대기업 특혜의혹을 제기해 주목받고 있다
ⓒ KBS울산방송

12월 30일 울산지역 여러 일간지에 "울산시가 동구 미포동 33만2590㎡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2016년까지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지역은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인접한 지역인데, 이번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조선 산업 공장용지 확충을 위해서라는 것이 보도의 요지다.

하지만 KBS 울산방송은 "울산지역엔 올해 완공한 산업단지 가운데 37만여㎡가 미분양 상태인데도 현 정부의 규제 완화를 위한 이른바 손톱 밑 가시 뽑기 정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며 제한구역 해제에 대한 대기업 특혜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주목된다. 
(관련기사: <[뉴스9] 손톱밑 가시뽑기가 대기업 땅장사?>)

지역 지상파 방송들 잇따라 비판적 기사

30일 자 지역 일간지들은 일제히 "선박제조업체가 밀집한 동구 일원은 개발가용지가 부족해 여러 차례 해안매립을 통해 공장용지를 확충해 왔지만 깊은 수심 등으로 개발가용지 확충이 어려웠다"며 "현대중공업 맞은편 현대정보과학고 뒤편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국가산업단지를 확충할 계획이라고 울산시가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업의 추진 주체는 울산시가 설립한 울산도시공사. 지역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울산도시공사는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34개 업체에서 입주 의향이 있음을 확인했고 현대중공업 및 현대미포조선에서도 공장용지가 필요하다는 회신을 받아 공장용지 확충의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6일 저녁 9시 뉴스와 27일 아침 9시 뉴스에 잇따라 나온 KBS 울산방송의 보도는 이와는 상반된다. 이번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 대부분이 대기업 소유인 것으로 드러나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KBS 울산방송은 "울산도시공사 관계자는 '공장용지가 부족하니까 개발해 달라고 하지만 정작 기업들 말은 다르다"며 현대중공업 관계자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방송에서 현대중공업 관계자 "활황일 때보다는 (물량이) 줄어 공장이 현재 부족하거나 그렇진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도 "공장 증설은 따로 계획에 없다"고 했다.

KBS 울산방송은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큰 경제적 이득을 보는 사람은 땅 주인으로 지금 공시지가가 1500원 정도 하니까 변동되면 12만 원 정도 약 100배 뛴다"며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 51필지에 대한 등기부를 확인해본 결과 전체 33만㎡ 가운데 60% 가량인 20여만㎡가 현대중공업 땅이었다"고 밝혔다.또한 뉴스는 "8만3000여㎡는 현대그룹이 설립한 학교법인 현대학원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KBS 울산방송은 "이 녹지는 주거지와 인접해 산업단지의 분진과 공해를 막아주는 완충녹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멀쩡한 이곳 녹지를 없애겠다는 울산시는 다른 국가산단 주변에 완충녹지를 조성한다며 10년째 혈세를 쏟아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울산지역엔 올해 완공한 산업단지 가운데 37만여㎡가 미분양 상태"라며 "그런데도 이 사업은 현 정부의 규제 완화를 위한 이른바 손톱 밑 가시 뽑기 정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고 의미심장한 마무리 멘트를 남겼다. 이 뉴스의 제목도 '손톱밑 가시뽑기가 대기업 땅장사?'였다.

울산시 "대기업 특혜 하니다"

이와 관련 앞서 MBC 울산방송은 지난 10월 4일 시사프로그램 <돌직구 40>에서 "울산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산업단지가 싼값에 단지를 공급받은 기업들이 웃돈을 붙여 되파는 편법 투기장으로 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울산MBC, 아직 안 죽었습니다>)

근래 중앙차원의 지상파 방송은 "보도행태가 친정부적"이라는 시민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고, 지역방송도 "대기업과 지자체라는 지역 권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같은 언론 풍토에서 지역방송의 잇따른 비판 보도는 진일보 한 것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울산MBC <돌직구 40>을 총괄하는 울산MBC 박치현 기자(부국장)는 "그동안 MBC를 포함한 방송, 신문 등 지역언론들이 '협찬'이라는 그늘 아래 언론의 제 역할을 못 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많은 제보와 민원이 제기됐고, 그럼에도 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지만 탐사보도로 언론의 본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이에 대해 울산시 담당부서는 "이번 동구 미포지역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오래전부터 계획돼 추진해오던 과정 중의 하나"라며 "산업도시 울산에서는 공장용지의 수요가 많은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있으며, 대기업 특혜는 아니다"고 밝혔다.

박석철 기자  psc@sisaul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