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3월 26일 일본 대진진으로 원전사고가 나자 이틀 뒤인 28일 울산지역 환경, 시민사회단체 등이 울산시청 앞에서 원전건설을 반대하는 시민선언을 하고 있다. 울산은 주변에 10여기의 원전과 석유화학 공단이 있는데다 오일 허브까지 공약으로 나와 안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울산시장이 다시 창조경제로 원전산업 개척을 들고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 박석철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경제정책기조로 내세우는 가운데 올해 수출 1100억달러를 목표로 하는 국내 최고 공업도시 울산이 "창조경제는 원전산업을 개척하는 것"이라며 이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지난 14일 지역일간지 특별인터뷰에서 울산형 창조경제의 또 다른 주요 정책으로 원전산업 외에도 '안전도시 울산'을 들었다. 박 시장은 안전도시 추진에 대해 "울산은 석유화학시설 등 위험물질 취급과 집약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의외로 사고는 적은 편이다"라며 "기업체와 합동훈련을 통해 사고예방조치, 사고시 대처방안 등 안전조치를 다각도로 강구한 뒤 안전도시 가입을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맹우 시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울산은 그리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 지난 3월 6일 울산 남구 여천동 삼성정밀화학 울산공장에서는 정전사고로 아민가스가 누출된 데 이어 다시 4월 14일 염소가스 4kg이 50분가량 누출돼 노동자 6명이 부상을 당했다. 또 울주군 고려아연 울산공장에서는 지난 2월 5일에 이어 14일에도 보수 및 증축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과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등으로 구성된 '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가 지난 4월 1일과 16일 각각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특별안전점검과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한 바 있지만 울산시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배문석 조직2국장은 "산재의 도시 울산, 더군다나 올해들어 잇따라 노동자가 사망하고 있는데도 울산시장은 안전하다고 한다"며 "이런 것을 창조경제로 몰아가는 것을 보니 얼마나 허황된 정책인가를 알겠다"고 말했다.

"창조경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vs "'을'은 안중에도 없어"

박맹우 울산시장은 울산형 창조경제를 설명하며 "기업하기 좋은 여건조성과 노사관계 개선 등 현안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박맹우 시장과 울산시가 친기업 편향적이며 노동자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다"는 노동계의 지적이 있었음에도 창조경제에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또 박 시장은 울산형 창조경제는 "동북아오일허브, 전지산업, 원전산업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평면적·선례답습형·현상유지형 등 구태에서 벗어나 입체적·창조적·다원적 경제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울산은 울주군은 물론 인근 부산 기장, 경주 월성을 합해 현재 10여 기의 원전에 둘러싸여 있다. 이외에도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이 기정사실화 되어 있어 시민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런데, 박 시장은 이 시점에서 다시 창조경제로 원전산업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관련기사: <원전을 왜 자꾸 유치하는가 했더니...>)

앞서 울산시의회는 지난 2월 28일 지난해 11월 20일로 설계수명 30년이 만료된 경북 경주시의 월성 원전 1호기의 10년 수명 연장에 대해 반대 결의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 오영에 정책실장은 "(울산시는)환경, 시민단체와 대다수 울산시민이 그토록 반대해도 물리적으로 공청회를 강행해 신고리원전 5~6호기를 유치하는 등 시민정서에 반하는 원전산업을 강행해 왔다"며 "여기다 새정부가 창조경제를 내놓으니 원전산업을 창조경제에 갖다붙이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오늘로 46일 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레미콘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야권은 "파업 해결을 위해 박맹우 울산시장이 적극 중재에 나서라"며 16일에도 시청에 난 4개의 문에서 1인 시위를 벌였지만 울산시는 묵묵부답이다.

박석철 기자  psc@sisaul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