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65.72%라는 높은 지지율로 당선되며 화려하게 정치 무대에 복귀한 김무성 당선자. 한 때 친박근혜계 좌장으로 불리면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모임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의 지원을 한껏 받았던 그이지만, 막상 그의 압도적 당선에도 박사모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사모는 박근혜 대통령 돕기가 주 임무임을 스스럼없이 자처한다. 하지만 "김무성의 복귀로 박근혜 대통령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막상 박사모는 일절 입을 다물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박근혜'라는 구심점을 두고 한때 절대적 동지였던 김무성과 박사모는 지난 몇 년간 철천지 원수처럼 지내왔다. 이 때문에 그의 화려한 복귀에 이래도저래도 못하는 박사모의 딜레마가 시작된 것이다.

박 대통령과 김무성, 박사모의 부침의 시작은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당대표를 맡은 후 김무성 당선자를 사무총장에 발탁했다. 박사모는 '오직 박근혜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그해 3월 창립했다.

이들의 동지적 관계가 절정을 이룬 것은 지난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후보와 대통령 후보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김무성 당선자는 박근혜 캠프 좌장으로 경선을 진두지휘했다. 박사모는 전국 회원들을 동원해 물심양면 박 대통령과 김무성 당선자를 지원했다.

이후 2008년 18대 총선에서 김무성 당선자는 소위 친이계에 의한 친박 공천학살의 당사자 중 한 명이 됐다. 그는 친박연대를 결성해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역시 박사모는 그를 포함해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 무소속 후보자들 지원에 적극 나섰다.

친박 좌장에서 박근혜 배신자로 낙인 찍힌 김무성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집권 2년차로 접어들던 2009년부터 이들의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이 김무성 당선자를 원내대표로 추대하려 하자 박사모가 이를 성토하고 나선 것. 김무성 당선자는 당시 세종시 문제를 두고도 박사모와의 마찰을 빚기도 했다.

김 당선자는 세종시를 두고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며 박 대통령을 향해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박 대통령으로부터 "가치 없는 얘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그는 2009년 9월 22일 한 케이블 방송 인터뷰에서 "당시 충청도 의원들의 호소로 어쩔 수 없이 세종시법에 찬성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면서 박 대통령을 겨냥하자 박사모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박사모는 다음날인 23일 성명을 내고 "김무성 의원이 당시 세종시를 찬성해 준 건 동료 의원들의 호소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했는데, 정치인으로서의 기본 자격이 없다"며 "정치인이 소신을 버리고 동료 의원이나 다른 외압이나 로비, 인정에 이끌려 판단을 그르친다면 국가의 백년대계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특히 박사모는 박근혜 전 대표를 배신했다며 2008년 총선 때 낙선운동을 벌이면서 법적 소송까지 벌였던 전여옥 전 의원에 빚대 "김무성 의원은 제2의 전여옥으로 전락하고 있다. 자신의 신념까지 배신하는 행태를 계속할 경우 5만6000여 박사모 회원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김무성 의원은 배지를 반납하라"고도 했다.

분이 가시지 않은 박사모는 당시 전체 회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김무성 의원과의 결별을 재차 선언하는가 하면, 2009년 10월 23일부터 9일간 '김무성 의원을 친박 좌장으로 인정할 것인가'를 묻는 무기명 회원 비밀투표를 벌여 83%가 김무성 당선자를 친박에서 제외하자는 데 찬성했다. 결국 친박 좌장이었던 김 당선자는 졸지에 친박의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

김무성 당선자는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으며 박 대통령 곁으로 왔다. 하지만 한번 싸늘해진 박사모는 사안마다 내던 지지논평 하나 내지 않았다. 이어 이번 영도 재보선에서 화려하게 정치무대로 복귀했지만 박사모는 그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김무성 당선자의 역할에 대한 박사모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박석철 기자  psc@sisaul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