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이 이번 사재 기부가 진정 노블레스 오블리주나 공생, 나눔경영이 되길 바란다면 무엇보다 현대자동차에서 불법으로 고용한 사내하청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법원의 판결에 따라 전원 정규직화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현대기아차 그룹 정몽구 회장이 지난 28일 사재 5천억을 기부한다고 한 발표에 대해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일침을 가하고 나섰다.

특히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이번 사재 기부가 지난 2006년 비자금 수사로 구속수감 될 때 약속한 방패막식 기부 금액 중 일부로, 정 회장이 지분 정리를 통해 아무런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울산민노총은 29일 논평을 내고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온갖 찬미의 수식어가 나붙는 이번 기부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부터 해야"

정몽구 회장은 이번 사재기부 이유에 대해 "저소득계층 자녀의 교육기회 확대"라고, 언론은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사연을 들으며 가슴 아파한 정몽구 회장의 진심이 담겨있다"고 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정몽구 회장이 저소득계층을 생각하고, 이 시대의 청년들을 생각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정작 가슴아파해야 할 대상을 눈앞에 두고도 보지 못하고 있다"며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를 거론한 후 "자신의 5년 전 죄값을 감옥살이 대신 돈으로 치르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짚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민노총은 "정몽구 회장의 그룹 핵심기업인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불법 파견으로 고용한 점이 2010년 7월 대법원의 판결로 드러났다"며 "현대차는 대규모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불법적으로 고용해왔고, 대법원에서 정규직으로 판정받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을 착취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8600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때 드는 비용은 1197억 정도라고 하는데, 현대차 2010년 순이익인 5조2천억 원의 2.3%만 있으면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이번에 사재 출연 금액의 4분의 1만으로 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민노총은 또 "진정 저소득 계층을 이야기 한다면 자신의 부의 원천이 되어준 비정규직 노동자부터 살펴야 한다"며 "대학생의 등록금 대출을 말하려면 졸업이후 대다수가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구조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6년 비자금 수사 때 약속한 돈 중 일부

특히 민노총은 이번 사재 기부가 2006년 비자금 수사로 구속수감 될 때 약속한 방패막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지난 2006년 정몽구 회장이 검찰의 현대차 비자금 수사로 구속 수감될 때 글로비스 주식 1조 원어치를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법원의 선처를 바란 바 있는데, 민노총은 "정몽구 회장이 5천 억을 기부하면서 택한 글로비스 주식 기부 역시 따져보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노총은 "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지주회사 격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소량 보유하고 있음에도 그룹의 순환고리 정점에 있는 회사로서 주목받아 왔다"며 "글로비스는 생성자체가 경영권승계와 불법적인 재산증여를 위해 설립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대주주는 31.88%를 보유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정몽구 회장이 18.11%,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 1.37%로 오너 지분이 50%를 넘었다"며 "정회장의 지분 중 5천억에 해당되는 7%가 해비치재단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지배권의 변화는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결국 정몽구 회장은 자신이 저질렀던 불법행위의 재판 직전에 면죄부로 제시했던 사재 기부를 하면서 사실상 손해가 없는 셈"이라며 "오히려 정몽구 회장 일가의 막대한 부의 세습과정을 감추는 위장막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민노총은 올해 3월 11일 열린 현대차그룹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이 399억4000만원,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118억3000만원을 배당받아 한해 주식배당으로 518억이란 금액을 벌어들인 것을 들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자식에게 물려주고 그 일가가 누려온 끝도 모를 부의 밑바탕에는 현대차의 5만6천 정규직과 2만여 비정규직, 30만 부품사 노동자들의 피땀이 있었음을 깨닫기를 다시한번 분명하게 정몽구 회장에게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