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지방선거에서 다수당이 된 울산 북구 민주노동당 당선자들이 29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다수당 횡포를 없애는 모범을 보이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지금껏 우리나라 각 시도 대부분 지방의회는 이른바 교황식 선출방식에 의해 의장단을 선출해 왔다.

후보등록이나 정견 발표 없이 의원 전체 무기명 투표로 의장단을 선출하는 것인데, 이 때문에 의원수가 많은 특정당 소속 한 명이 반드시 의장에 선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뿐 아니다. 각종 의결에서는 다수당의 수의 논리에 의해 소수당의 의견이 묵살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수당의 횡포로도 불렸다.

울산의 경우 그동안 지방의회에서는 다수당의 횡포에 의해 소수당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 등이 부결되며 지역내 갈등을 야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울산 북구의회에서 '아동·여성 폭력 방지와 작은도서관 지원 조례'가 부결된 것이 그 좋은 예다.

주민과 여성들의 중지를 모아 마련된 서민 관련 조례안이었지만 울산 북구의회는 7명의 의원 중 4명인 한나라당 의원이 반대해 표결에서 이를 부결시켜 논란이 일었다.

다수당이 이런 횡포를 없애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번엔 그 다수당이 부당함을 호소했던 민주노동당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6.2지방선거에서 진보정치일번지로 불리는 울산 북구에서 기초의원 7명 중 4명이 당선돼 다수당이 됐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소속 북구의회 당선자들은 29일 오후 2시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수당으로서 민주적 절차에 의한 의장단 선출 모범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김창현 울산시당위원장이 배석한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그동안 지방의회는 다수당이 모든 것을 독점하고 그 권력을 이용해 소수를 억압하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교황식 선출방식에 따라 지역발전과 정치발전의 가장 큰 몫을 담당해야 할 지역의 의회가 반목과 대립으로 비추어져 시민들의 정치 불신을 더욱 가중시켜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상생과 소통의 정치를 펼치도록 하겠다"며 "교섭단체 구성, 의장선출방식의 개선으로 의회를 개혁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김창현 위원장은 "민노당은 그동안 일당독식의 구조, 비민주적인 의장단 선출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교섭단체를 구성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 의회를 운영하는 소통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6·2지방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소통하지 않는 정치, 민주적이지 않고 독단적인 정치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들이 준엄하게 심판한다는 것"이라며 "제5기 지방의회를 시작하면서 민주노동당은 의회개혁의 첫 번째 과제로 민주적 선출을 설정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조례안을 7월1일 의원임기가 시작되는 첫날에 의안발의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울산 북구의회가 다수당인 민주노동당에 의해 민주적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나머지 울산시의회, 남구의회, 동구의회, 중구의회, 울주군의회는 그 성사가 불투명하다. 모두 한나라당이 다수의 의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

이 때문에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북구의회가 먼저 모범을 보여 울산지역 전체 의회가 다수당이 모든 것을 독식하던 구태를 벗고 상생과 소통의 의회를 만든다는 것. 이들은 이를 두고 "그것은 민주노동당의 변함없는 원칙이며 시민들의 요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나라당도 이번 선거의 교훈을 거울삼아 과거 일당독식의 구태를 벗어 던지고 각 의회가 민주적이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민주노동당과 지방선거 당선자들은 언제나 열려있는 마음으로 울산발전과 한 층 성숙된 의회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한나라당과 대화를 할 자세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소속으로 당선된 북구의원은 안승찬, 강진희, 윤치용, 이혜경 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