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대공원에서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경찰에 막혀 있다. 29일에는 현직교사가 처음으로 구속됐다

지난 27일 있었던 울산촛불집회와 관련, 현직교사가 29일 저녁 구속되자 시민사회단체와전교조와 노동계가 일제히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울산에서 촛불집회와 관련 구속자가 나오기는 처음으로, 지난 25일에는 촛불집회를 마치고 한나라당사로 향하던 전 여성 울산시의원과 울산시민연대 활동가 등 5명이 경찰에 연행됐으나 다음날 오후 6시 쯤 풀려났다.

지난 27일 울산대공원 동문광장에서 있었던 촛불집회 후 참가자들은 오후 8시 30분쯤 귀가하거나 혹은 같은 시각 울산홈에버 규탄대회를 마친 노동계와 중구 성남동에서 합류하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강 아무개(32) 교사도 집회를 마치고 차량으로 울산대공원을 빠져나가고자 했고, 경찰이 면허증 제시를 요구하면서 실랑이가 벌여졌다. 경찰은 "차량 시위를 제지하던 경찰 간부를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29일 오후 5시 30분쯤 강 교사를 구속됐다"고 밝혔다.

전교조 울산지부와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30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직교사 구속은 공안탄압이며, 강 교사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 등은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현직교사가 어이없는 이유로 구속됐다"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타오르는 분노를 잠재우고자 희생양으로 선량한 현직교사 마저 구속하는 공안탄압의 서막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6월 27일 당시 경찰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운전자들의 항의사태를 유발시켰고, 이에 항의하던 강 교사가 차량을 가로막고 있던 남부서 방모 수사과장의 등을 발로 걷어찼다는 것이 구속사유가 됐다"며 "그러나 사건 당시 남부서 수사과장 주위에는 사복경찰이 둘러싸고 있어 강모교사 개인이 수사과장에게 접근하여 폭행을 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설사 폭행이 있었다 하더라도 밀고당기는 가운데 발생한 단순한 몸싸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수사과장이었다는 이유로 괘씸죄가 적용됐다고 볼 수 있다"며 "현재 경찰이 증거로 제출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사복경찰의 증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직교사로서 신분이 확실하고, 현행범으로 연행됐다면 증거인멸의 위험도 없는데도 굳이 구속까지 하는 이유는 현직교사를 구속함으로서 촛불문화제에 학생들의 참여를 막고자하는 포석이 깔려 있는 고도의 정치적 음모라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또 전교조는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현직교사를 구속수사하는 것은 법 집행의 원칙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1만 울산교사들에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는 명백한 교권침해"라며 "현직교사 구속으로 학생들의 시위참여를 막을 수 있다고 보는 울산경찰의 저급한 인식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밝히며 석방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전교조 울산지부는 강 교사의 구속사태를 1만 울산교사들에 대한 중대한 교권침해로 규정하고 전 조직력을 동원하여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도 30일 논평을 내고 "울산 경찰 검찰의 공안탄압이 시작됐다"며 "27일 경찰의 불신검문은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며 가족모임 가는 교사 앞길을 막고 항의하자 구속했다"고 성토했다.

울산민노총은 "검문을 하려면 반드시 자신의 신분과 함께 검문 목적을 공지해야 한다"며 "이러한 절차를 생략하고 다짜고짜 차량출입을 막고 운전자의 이름을 적어낼 것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시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경찰은 운전면허증 제시를 요구했는데, 시민들이 '왜 길을 막고 운전면허증 제시를 요구하느냐'고 경찰에게 항의하자 한 경찰은 '음주운전 단속한다'고 했는데, 음주 즉정기 하나 없이 음주단속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고 반문했다.

또 "경찰의 정당하지 않은 공무집행에 시민이 항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특히 이날 경찰은 시민들의 항의에 '거칠게 말하며 항의하는 사람들을 연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고압적 자세를 보여 시민들을 자극했다"며 "경찰과 검찰은 사소한 시비를 경찰간부를 폭행했다고 주장하며 강 교사를 연행해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 구속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강조했다.

울산민노총은 또 "교사라는 신분이 확실하고, 도주의 우려도 없기에 구속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특히 사소한 시비에 본보기 보이듯 구속한 것은 울산 경찰과 검찰이 공안탄압에 나섰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특히 울산민노총은 "이번 사건은 청와대를 비롯한 검경 수뇌부가 국민들의 정당한 촛불집회에 대한 탄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울산에서도 80년대 독재시절의 공안탄압의 광풍이 불어 오리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며 "탄압은 더욱 강한 저항을 부를 뿐이며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는 시민에게 가해지는 탄압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