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민심이 동요하는 데도 제출된 재협상 결의안을 부결시키는 등 시민의 목소리와 동 떨어진 행보를 하고 있는 울산시의회가 의장단 선출에서도 교황식 선출방식을 고집하고 있어 시민단체가 비난하고 나섰다.

10일부터 제 110회 임시회를 개원한 울산시의회는 오는 24일 제 4대 울산시의회 후반기 2년을 이끌 의장단을 선출한다. 이 과정에서 9일 한나라당 소속 김재열 부의장이 출마선언을 하는 등 한나라당 3명의 의원이 의장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울산시의회 의장단 선출은 전체 의원이 후보가 돼 무기명 투표로 하는, 소위 교황식 선출방식이며 그동안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이 제도를 바꿀 것을 요구해 왔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전체 19명인 울산시의회 의원 중 15명은 한나라당, 나머지 4명은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절대 다수인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의장에 선출될 것이 유력하다. 

울산시민연대는 10일 성명을 내고 "이번 기회에 울산시의회 뿐만 아니라 기초의회에서도 의회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의장단 선출방식의 변경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수년 전부터 언론과 시민사회단체, 의회 내에서 제기돼 온 이른바 교황식 선출방식이 변경되지 않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시민연대는 "심지어 (2년전인)제4대 상반기 의장단 선거과정에서 현재의 선출방식 변경에 대해 의회 내에서 어느정도 합의까지 이루어진 바가 있었지만 한나라당은 이런 합의를 뒤집었다"며 "변화를 요구하는 여러 목소리를 외면한 채 강행하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기초의회인 중구의회에서도 이미 진행하고 있는 것을 광역의회인 울산시의회에서 거부하고 있는 것은 궁색해 보인다"며 "울산지역 지방의회는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를 불문하고 특정 당 소속 의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행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는 대의제 방식을 통해 다양하게 구성된 의회에서, 중요한 의회권한을 특정 정당이 독점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의회내 지분싸움에 그치지 않고, 내부 짬짜미를 통해 선거로 표출된 다양한 시민의 뜻을 차단하고 왜곡하는 것으로, 대의제 민주주의의 취지를 흔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울산시민연대는 또 "의장단 선출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무슨 대단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후보공개출마, 정책발표, 투표라는 기초적인 제도적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회는 정치의 공간이지 종교의 영역이 아니다"면서 "한나라당이 '절대적 존재의 대리인'을 선출하는 특정 종교의 방식을 고집하는 이면에는 권력독점의 이기적 욕심만이 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울산시민연대는 "이미 한나라당 내에서도 의장단 선거 출마를 공개 천명하는 의원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그들이 그토록 주장하는 교황식 선출제의 취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개출마를 선언하면서도 비밀식 합의추대를 뼈대로하는 교황식 선출방식을 주장하는 모순은 헛웃음만을 불러올 뿐"이라고 했다.

특히 시민연대는 "우연찮게도 의회운영의 제도적 틀을 바꾸자는 안건을 심의하는 날은 6월 10일이다"며 "이날은 권위주의적 체제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이 시작된 주요한 시점이므로, 울산시의회가 앞장서 의장단 선출방식의 변화를 시작해 기초의회로 확장되는 모범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