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세간에서 말하는 386세대지만 부끄럽게도 87년 6.10항쟁 때 동참을 못했다. 고학하던 때란 먹고 사는 일이 더 바빴다는 핑계를 댈 수밖에 없다.

  이때문에 당시 부산과 전남에서 동참했던 친구들에게 20년간 내내 미안한 마음을 먹고 살아왔다.

  20년이 지난 오늘(10일) 다시 6.10 항쟁이 일어난다. 20년전 전두환 정권의 호헌철폐를 요구하던 외침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로 바뀌었다.

  오늘 울산지역 지방의원들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의원이 과연 민심을 대변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답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5월들어 삼산동 롯데 백화점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몇 번 가본 필자로서는 시민들의 마음을 어느정도 읽을 수 있었다.

  흔히 울산을 노동자의 도시라고 하는 데 반해 노동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절반을 넘는 참가자가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과 주부, 특히 아기를 업고 나온 새댁들이 필자의 눈에 비친 참가자들의 면면이다.

  이들의 주장은 한결같이 미국과 쇠고기 재협상을 하라는 것이었고, 이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자 점점 날이 지날수록 정권퇴진을 외치는, 다소 무서운(?) 요구로 바뀌고 있었다.

  필자는 어느 정당을 편들 마음도 또 필요성도 없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대부분인 지방의원들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연일 삼보일배를 하고 재협상 결의안을 제출한 것을 보고 민심을 바로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들이 자당의 지지도나 보여주기식 행보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지는 못하겠으나, 어떻든 시민의 마음을 바로 읽은 것은 맞는 것 같다.

  이에 반해 지난 선거 때 주민의 절대 지지를 받으며 당선된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금 이 시간 과연 무슨 생각을,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자신들이 선거 때 항상 외쳐오던 "주민의 아픈곳을 치유하겠다"는 언약을 잊지 않았다면, 적어도 한번은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이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울주군의회를 제외한 울산시의회와 다른 기초의회는 민노당 의원들이 올린 재협상 결의안마저 무산시켰다.

  사실 지방의회에서 내 놓는 결의안이 미국산 쇠고기 파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민의 마음이라는 상징성이 더 많다. 그럼에도 이들은 재협상 결의안을 무산시켰다.

  그렇다면 이들은 촛불을 드는 주민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이들은 주민을 위해 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방의원은 도로를 닦고 예산을 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현실에 직면한 주민의 생활상을 바로 읽는 것이 주 임무다. 주민 대다수가 쇠고기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이 목소리를 어느 방법이던지 해결하려고 해야 한다.

  여기서 다시한번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주민의 손으로 뽑고, 주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지만, 정작 하는 일은 자기들의 당을 우선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지방의원들은 현장으로, 집집으로 방문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길 바란다. 그러면서 주민과 함게 호흡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그것이 진정한 지방의원으로서의 역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