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이 최근 자신이 4·10 총선 공천에서 현역 컷오프(공천 배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채익 페이스북>

"정치 모리배들이 나를 정치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하는데, 내가 그냥 죽어줄 수가 없다.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고 정상적인 시스템 공천이 아니면 탈당 후 무소속 출마까지 불사하겠다."

울산광역시 남구갑에서 4선에 도전하는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작심발언을 했다. 자신에 대한 컷오프(공천배제) 기류가 흐르자 28일 기자회견을 연 뒤 기자에게 한 말이다. '감동적인 조용한 공천'을 강조하며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점을 부각시키는 국민의힘에서 나온 현역 의원의 쓴소리라 눈길이 쏠린다.

울산 남구갑에 무슨 일이?... "경선 멈추고 날 죽이려 한다"

국민의힘은 울산 6개 지역구 중 울산 동구의 권명호 의원(현역)을 단수공천한 걸 제외하고 '친윤' 박성민 의원이 있는 중구와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있는 남구을, 서범수 의원(현역)이 있는 울주군, 탈환을 노리는 북구를 경선 지역으로 정했다(28일 경선 결과 남구을 김기현, 울주군 서범수 후보 확정). 그러나 이채익 의원이 있는 남구갑은 후보 결정 방식을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다. 

남구갑은 이채익 의원 외에 김기현 전 대표의 측근인 박기성 전 울산교통방송 사장과 김상욱·최건 변호사, 허언욱 전 울산시 행정부시장 등 5명이 예비후보로 나섰다.

이번 총선에서 이채익 의원이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은 중론이다. 그러나 이 의원 측이나 남구 지역 기초의원들은 이채익 의원이 다른 경선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높다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현재는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공천 방식을 결정하지 않아 '단수공천을 기다렸는데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국민의힘 공천 과정을 두고 이채익 의원은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치열한 경선까지 멈추고 나를 죽이려는 각본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각본을 확인한 건가'라는 질문에 이 의원은 "짐작이 가는 바가 있지만 두고 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울산 남구을의 한 구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앙당에서 울산 남구을 경선을 미루더니 급기야 어제(27일)저녁 TV조선에서 '이채익이 컷오프 대상'이란 보도가 나오는 등 언론플레이로 이 의원의 피를 말리고 있다"며 "정상적인 공천과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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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제게 국민의힘은 전부였는데..." 무소속 출마도 시사

28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이채익 의원은 울산 남구에서 재선 구청장,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잔뼈 굵은 정치인이었지만 회견 현장에서는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의원은 "한평생 제게 국민의힘은 전부였고 자나 깨나 당을 위해 헌신하고 당의 승리를 위해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왔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작년에 있었던 당무감사 등에 있어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저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들기 위한 각본에 따라 오래 전부터 진행된 사실을 최근에서야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며 "그래서 본인은 중대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오늘, 지금까지 30여 년을 하루 20시간 가까이 사생활을 뒤로 하고, 오직 당과 지역, 국가 발전만을 위해 살아온 저의 삶 전체가 부정 당하는 날"이라며 "또한 울산 남구민의 자존심도 함께 무너졌다"고 말했다.

또한 "어제는 급기야 컷오프 대상이 아님에도, 컷오프 대상이 됐다고 보도되고 출마 포기의 결단을 촉구받는 것처럼 기사화 되고 남구갑 지역을 국민추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며 "선출 절차가 사전에 공지된 대로 진행되지 않고 흥행몰이식으로 가는 데는 결단코 동의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합과 부정에 침묵하는 것은 올바른 공인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한평생 시민들과 함께해왔고, 그 누구보다 경쟁력을 갖춘 정치인이라고 자부한다. 시민 여러분이 가라고 하는 곳에 제가 있겠다. 저의 길에 많은 성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말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역시 시사했다.

한편, 이날 이 의원의 기자회견장에는 안수일 울산시의원 등 지방의원과 지지자들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