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7월 오마이뉴스는 "<시사울산>은 00일보 전 노조위원장 출신인 박석철씨를 비롯한 3명의 기자와 2명의 리포터로 운영될 예정이며, 보도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현장의 살아있는 기사를 심층취재해 보도하는 것을 보도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 "<시사울산>은 인터넷 대중화시대에 걸맞게 영상취재를 위한 방송기자재 등의 장비를 갖추고 시사성있는 현장기사는 물론, 문화재 탐방, 미담사례 발굴, 현안문제에 대한 기획기사 등 다양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고도 했다.

3년이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 과연 <시사울산>은 이 기사의 내용에 걸맞는 언론의 역할을 해왔을까?

의욕만 앞세웠던 지난 3년간 네티즌의 많은 질타가 있었고 시행착오를 겪었다. 자신의 장비를 갖추고 영상취재를 맡았던 한 기자는 "힘들어서 못살겠다"며 장비를 들고 떠났다. 심층기사가 나올 때마다 댓글에는 '좌편향이다' '일방적이다' 등 비난이 쏟아졌다.

▲ 지난 2005년 시사울산 창간식 모습. 좌로부터 김영삼 기자 최순자 시민기자 박석철 기자 등 ⓒ 오마이뉴스

30대 중반, 잘 다니던 회사를 거의 쫓겨나다시피 한 기자는 늦은 나이(?)인 30대 중반에 울산지역 언론에 발을 담궜다. 그때는 글쓰는 게 좋았고, 사람 사는 모습을 남들에게 알리는 게 좋았다.

수년간 몇몇 언론사를 전전했다. 하지만 당시 언론의 현실은 달랐다. 제때 제때 나오지 않는, 최저생계비에 못미치는 월급, "회사를 위하라"는 사주에 의해 광고 수주에 더 매달려야 하는 현실이 평화롭던 기자의 가정생활마저 위태롭게 했다.

2004년말 결국 사고를 쳤다. 다니던 신문사에서 기자와 동료들은 반기를 들고 회사와 대항했다. '노동'이라는 말을 생소하게 느끼던 우리들의 입에서는 자신도모르게 '투쟁'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으로 피소돼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기자와 동료들은 우리의 목소리를 알리려 유인물을 작성해 온 시가지에 부착하는가 하면, 울산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더 냉혹한 건, 이런 일들이 언론에 한줄,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

그런데, 당시 유명한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 상근기자가 시민기자 한 명과 함께 취재를 나왔다. 그 기자는 몇 차례 기사를 실었다. 당시 울산에 한 곳 뿐이던 인터넷 신문 <울산포커스>도 수 차례 기사를 실었다.

인터뷰를 한 <오마이뉴스>기자는 기사제목을 '촌지를 받지 않는 기자가 되겠습니다'고 적었다. 인터뷰 내용도 약간의 오보가 나왔다. '건설현장을 전전했던...' 이라고 적었다. 항의하지 않았다. 지역의 한 기자는 "제목 때문에 당신 이제 살기어렵다"는 농담을 했다.  같이 한바탕 웃었다.

당시 <오마이뉴스> 울산포항 대표기자의 권유로 <시사울산>을 창간했다.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기사를 실었다. 때때로 엄청난 조회수와 전국에서 네티즌들이 댓글을 달았다.

지난해 여름, 부당해고를 호소하며 몇달 째 거리 농성중이던 대기업의 한 하청업체 여성 노동자의 말이 기억에 생생하다. "억울하다고, 아무리 외쳐도 언론은 모른 채 한다. 한 줄 안나온다"고 했다.

그렇게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를 실어주고자 했던 <시사울산> 언론활동들이 결국은 '빨갱이'라는 색깔있는 말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시사울산> 3년을 결산하자면, 광고가 수주되지 않아 운영이 어려웠지만 나름대로 보람있는 언론을 해왔다는 자부심을 갖는 반면, 이로 인해 누군가에게는 피해와 명예실추를 줬을 수도 있다는 자책감이 있다.

하지만 감히 말하건 데, <시사울산>은 좌편향이지 않고 일방적이지도 않다. 다른 언론이 싣지 않는 기사를 실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과부사정 홀아비가 안다'고 아무리 항변해도 기사 한줄 나오지 않을 때의 그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려주고 싶었다. 과연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그동안 한 일 중 한가지만 들어보자. 2006년 9월 울산국립대 설립이 확정됐다. 그 과정에 관련된 수많은 기사를 썼다. 2007년에는 울산국립대가 최초 법인 대학으로서 지역 출신 이사를 선정하는 문제로 울산이 씨끄러웠다. <시사울산>은 당시 교육부를 지겹도록 취재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이를 전국에 알렸다. "지역민의 손으로 이룬 국립대이니 지역 출신 이사의 수가 최소 3명은 돼야 한다"고 했다. 반향은 컸다.

그 결과로, 당초 지역 출신 이사수를 한 명만으로 고집하던 교육부가 손을 들었다. 울산지역 출신 이사가 3명으로 늘었다. 갑자기 늘어난 국립대 이사 3명. 얼떨결에 이사가 된 사람이나, 지역의 정계 관계는 왜 갑자기 3명으로 늘었는지 모른다. <시사울산>은 이같이 막중한 일도 해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았다. 몰라도 좋다.

<시사울산>을 창간한 지 얼마후 기자가 운영하던 식당에 50대 초반의 한 남성이 찾아왔다. 소식을 들었다며, 30분만 얘기하러 왔다고 했다.

그는 "당신의 기사 때문에 여러차례 검찰 수사를 받았고, 운영하는 업체가 거의 문을 닫을 판"이라며 "한동안 식칼을 주머니 속에 품고 당신을 찾으러 다녔다"고 했다.

작은 체구의 그의 눈에서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기자는 충격을 받으며 그 자리에 꿇어 앉아 빌었다. 누구나 그렇듯, 구군가에게 원한을 산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간혹 동료였던 기자나 지인들이 묻는다. "당신은 왜 이 짓을 하냐"고. 대답한다, "정해진 운명이 여기까지 오게 했다.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정해진 운명이라면 최선을 다해야겠다. 더 낮은 자세로 임하고, 소외된 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리고 이제는 또다른 많은 이들과도 화합하며 창간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