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곳곳에 자리잡은 '붕어빵 리어카. 과거 '국화빵' '풀빵' 등으로 불리며 남녀노소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던 것이 어느날부터 붕어빵으로 정착됐다.

과거 풀빵, 국화빵이 개인별 장사였다면 붕어빵은 체인화된 전문점이 됐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하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영세상인에 밀가루반죽과 팥이 재료로 들어간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 울산 남구의 한 붕어빵집. 하루 1만원 벌이도 빠듯하단다

붕어빵이 요즘같이 체인화된 것은 지난 97년 IMF이후. 쏟아지는 실업자와 파산자들이 가장 손쉽게 생계를 이어갈 수 있던 것이 붕어빵 장사였다. 이 수요를 노려 장치와 재료를 임대해 주는 체인점이 속속 들어섰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 장사도 그다지 큰 수입을 올리지 못한다. 보통 붕어빵 리어카에서 붕어빵과 오뎅, 순대를 같이 팔지만 대부분 하루 1∼2 만원의 수입을 올리기가 벅차다.

우선 어린이 고객의 입맛이 햄버거, 피자 등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졌다는 점이 붕어빵 장사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됐다. 때문에 과거와 달리 주고객층은 성인층으로 바뀌었다.

체인인 A붕어빵의 경우 체인본부에서 리어카와 기구를 60만원에 임대해주면서 매일 재료를 공급해 준다. 이때 리어카 사용료로 연간 10만원식 3년간 공제하고, 결국 3년후에는 투자금 중 30만원의 보증금이 남는다. 이때 붕어빵 재료는 체인에서 공급해 주는 데로 돈을 내고 사용해야 한다.

유난히 추웠던 이번 겨울 매니아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간식거리를 제공하던 붕어빵이 3월 중순부터 잠복기에 들어간단다. 업계에 따르면 붕어빵의 비성수기는 4월부터 9월이다. 이기간 동안 체인점에서 붕어빵 굽는 기계를 가져가기 때문에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다.

울산 남구 신정동의 A붕어빵. 주인은 40대의 주부다. 남편 벌이가 시원찮아 부업이라도 할 요량으로 시작한 붕어빵 장사가 벌써 3년째란다.

하지만 점점 고급화돼 가는 어린 고객들의 입맛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 인근 사무실 사람이나 행인들이 최대고객이다.

낮부터 밤까지 하루 10시간 정도 붕어빵을 굽으면 얼마나 수입을 올릴까? 이 곳의 경우 하루 1만원 벌이를 겨우 한다고 한다. 붕어빵과 순대, 오뎅을 하루종일 팔면 6만원 가량의 매출이 오른다. 이중 60% 가량이 재료비로 들어간단다. 일반 음식점의 재료비 비율에 비해 배 정도 높은 것이다.

여기다 땅 주인에 따라 다르지만 월 7만원 정도의 자릿세를 내야 하고, 밤에 불을 밝히는 전기세 등 부대경비를 제하면 하루 1만원 벌이도 벅찬 셈이다.

경제논리로 따진다면 노동의 댓가가 나오지 않는 장사다. 그래도 하루종일 붕어빵을 굽는 이유는 "이 돈이라도 벌어야지"하는 속사정 때문이다.

이 곳보다 목이 좋은 곳은 사정이 약간 다르지만 그다지 큰 수입을 올리기는 역시 어렵다. 울산 남구에서 7년째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다는 B(45·남)씨는 "체인화된 붕어빵이 처음 나온 후 90년대말까지는 그럭저럭 장사가 됐지만 이 장사도 워낙 많이 생겨 수입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붕어빵 장수들의 이구동성은 "세상에는 쉬운 일이 없다"는 것. 겨울거리를 걸을 때면 생각나는 따뜻한 붕어빵도 굽는 사람의 눈물을 담겨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