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프리랜스로 활동중인 전 울산여성신문 김영옥 기자가 시 <소통, 혹은 한 장의 생>으로 제2회 농어촌 여성문학 문예공모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30여년전인 초등학생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는 그녀는 "사람의 영혼을 울리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 시는 가슴에서 나오지 않고, 머리로 나와 너무 난해하고 감동이 적다"며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감동이 있는 시를 쓰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대상을 받은 '소통...'은 울산 북구의 반농반도시에 있는 자신의 집 앞뜰에서 자라는 생물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앞 뜰에 있던 감나무에 어느날 오빠가 수세미 두 포기를 심었다고. 그런데 수세미가 신기하게 감나무를 타고 올라가더니 서로 소통을 하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생각했다고.

지난해 어느날 신문 건강란에 있던 문구 하나가 이 현상을 시로 옮기게 했다. 신문에는 "암이라는 병은 다른 세포와의 교신이 차단되면서 생긴다"고 적었던 것.

때문에 그녀는 시에서 "...소통이 안되면 암세포가 된다고, 강물로 헐렁헐렁 살아야지, 강물엔 바코드를 찍을 수 없느니...당신과 내가 만나서 밀고 가는, 한 장의 추상화같은 생, 수북하다"고 읊었다.

그녀는 "나는 세상과 통하는 방식에 대해 여전히 어설프기 짝이 없다"며 "그 중에도 오빠와는 더욱 소통이 되지 않는 데 어느날 오빠가 채소밭 감나무 아래 수세미 두 포기를 심었고, 그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소통의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지난 여름 폭풍우가 지나고 가을에 닿을 때까가 감나무와 수세미란 전혀 다른 두 존재가 아무 거리낌없이 서로의 독립성을 인정하면서 각자의 삶을 꾸리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통한다는 것이 결국은 자기의 색깔을 잃지 않고도 이질적인 것과도 함께 호흡을 나눌 줄 아는 정신의 넉넉함이 아닐까한다"고 했다.

심사위원인 송수권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 명예교수는 "대중소비언어로 감각이 마비된 시대에 '아직도 시의 서정성은 유효한가'라는 문단적인 일반 경향에 비해 '서정성은 어쩔 수 없는 시의 본체'라는 사실을 확인한 기쁨이 말할 수 없이 컸다"고 밝혔다.

이어 "심사숙고 끝에 대상으로 선정된 '소통, 혹은 한 장의 생'은 인간의 소외의식을 다룬 시로 지적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있어 시의 완결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김역옥씨는 아직 등단을 하지 않았지만 동서커피문학상 가작(2002년, 2004년)

CJ문학상 입선(2005년) 등 수상 경험이 있고 현재 울뫼동인, 시와사람들 동인, 울산자유기고가협회원으로 있다. 

그녀는 울산의 대표적 시인인 김성춘 시인과 이자영 시인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疏通, 혹은 한 장의 生

김영옥

-암은

다른 세포와의 교신이 차단되어 생긴다.

봄볕 곧추세운 감나무네

수세미 한 포기 세들어 살기 시작했다

비바람 따라 저 무수한 헛발질

하늘 기대고 선 수세미 곁에

감나무 목숨껏 붉은 알전구 내걸어

햇살과의 뜨거운 회로 열었으니

서로 부르고 또 서로 대답하면서

앞서거니뒤서거니 지상에 우쭐대면서

눈곱만큼씩, 아니 눈물만큼씩 허공을 밀쳐냈을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과 내가 다른 몸짓, 다른 말을 하면서

生의 각도에서 우겨대다 빚어낸

파열음, 그 찡한 노래 스며들어

가을의 가장 높은 별로 솟은 것은 아닐까

소통이 안되면 암세포가 된다고

강물로 헐렁헐렁 살아야지

강물엔 바코드를 찍을 수 없느니

당신과 내가 만나서 밀고 가는

한 장의 추상화같은 生,

수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