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아십니까!"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한번쯤은 들어보는 소리다. 모 종교단체의 포교활동으로, 신도인 남여 2인 1조가 무작정 길을 걸으면서 찾은 포교 대상자에게 하는 말이다.

대상자는 불특정 다수의 길을 걷는 시민들. 주로 젊은층이 타킷이다.

이들은 상대방의 의중은 아예 처음부터 무시한다. 한번 걸리면(?) 최소한 10분은 듣기 싫어도 이들의 설명을 들어야 한다.

▲ 대로변에서 한쌍의 남여가 한 청년을 둘러싸고 설교를 하고 있다

18일 오후 3시, 울산 남구 신정동 중앙로 버스정류장 주변. 눈빛이 심상찮은 남여가 열심히 이 주변을 걷다 한 젊은이를 발견하고 그를 에워싼다.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라며 말을 건넨 남여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 청년에게 설교를 시작한다.

"인상은 좋으신데 조상이 가로막고 있네요." 쏟아지는 설교에 이 청년은 괴로운 표정을 짓으며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표정이 굳는다. 설교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눈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들을 뿌리치지 못한다. 꼭 고양이에게 구석으로 몰린 쥐처럼 저항을 못한다.

10여분 이상 진행된 설교는 청년이 도망치듯 빠져나가면서, 다시 남여가 청년의 손을 잡고 끌어당기는 행위가 수차례 반복된 뒤에야 마무리됐다.

청년이 뛰다시피하며 저만치 사라진 후에도 남여는 아쉬운 듯 그를 바라본다. 이때 주변에서 이 장면을 목격한 몇몇 젊은이들이 행여 자기에게 불똥이 튈까 긴장하는 눈치다.

순간 휙 둘러보는 범상치 않은 남여의 눈빛이 주변사람을 긴장시킨다. 옆에 있던 기자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남여는 빠른 걸음으로 다시 대상자를 찾으러 떠나면서 이 구역의 긴장감은 사라졌다.

과연 이들은 무엇을 설교하는 것이며 설득이 되면 그 이후 어떤 과정을 그칠까? 얼마전 호기심에 이 과정을 확인한 기자의 사례를 소개한다.

결국은 돈이 드는 것

어느날 저녁이었다. 사람을 만난후 대로변을 걷고 있을 때였다. 예의 남여 2인 1조가 길을 가로막았다. 이들중 여자가 "인상이 비범하시네요"라며 기자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때 남자는 기자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뒤를 에워쌌다.


솔직히 지금까지 10여차례 이상 비슷한 사람들이 접근한 것을 모른 채 하며 도망친 경험이 있던 터다.

또한 이런 사례들을 수없이 들었고, 이런 행위를 단속해 달라는 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의 글을 접했었다.

이 여자는 계속해서 기자에게 설교를 했다. 조상이 좋은 곳에 못가 당신의 앞길을 막고 있다, 평소 꿈을 많이 꾸지 않느냐는 등의, 주로 신적 체험에 관한 이야기였다. 다소 관심을 보이는척하자 자신들을 따라가자고 했다.

작심한터라 이들이 이끄는데로 따라갔다. 이들은 우리가 만난 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한 건물로 안내했다.

방으로 꾸며진 건물안으로 들어서자 법당같은 곳이 차려져 있고 촛불이 켜져있었다.

여자가 높은 사람인듯한 한 여성에게 기자를 안내했다. 그 여성은 책자를 펴 놓은 후 후천세계, 우주의 섭리 등을 한참 설명한 후 "지금 조상이 구천을 떠돌고 있으니 빨리 제사를 모셔야 한다"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집안에 액운이 오고 하는 일이 잘되지 않은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다음에 하자고 하니 지금 만난 것이 중요하므로 지금해야 한다고 했다. 돈이 없다고 하자 카드도 된단다.이런저런 변명을 대고 이 곳을 빠져나오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이들의 말로는 하루 몇차례 사람들이 이곳에 와 제사를 모시고 간다고 한다. 하지만 이말을 듣는 순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이에 응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모 민족종교에서 분파한 종교단체로 남여 신도들은 이곳에서 숙식을 하며 새벽에는 제를 지내는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 낮에는 시민들을 포교하며 이곳으로 데려오는 것이 이들이 하는 포교활동이었다.

이보다 두어달 앞서 길에서 만났던 2명의 여자 신도들이 한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들은 "집에 연락하지 않은지 6개월이 넘었다. 배도 고프고 지친다. 그만두고 싶다"고 진솔되게 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