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청이 9일 오전부터 남구 옥동 울산지방법원 옆 A아파트 앞에 있던 나무를 베어내고 있다.

울산 남구 옥동 울산지방법원 바로 밑 A아파트 주민들이 9일 오전부터 예고 없이 진행된 남구청의 '나무베기'에 발끈하고 나섰다.

해당 나무들은 A아파트 건너편 법원 주차장에서 아파트 안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가림막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갑자기 주민 동의도 없이 녹색 나무들을 자르자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

A아파트 주민들은 "2014년 울산지법이 신청사로 옮기고, 과거 법원이 있던 곳에 주차장이 생기면서, 주차장에서 A아파트를 내려다 보는 구조가 됐다"면서 "법원이 신청사로 이전한 후 신설된 주차장을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시선을 그나마 나무들이 가려주던 역할을 했는데, 아침부터 갑자기 나무들이 잘려나가 황당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A아파트 주민들의 반발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1996년 옛 울산지법 바로 밑에 준공된 A아파트는 당시 "법원의 권위를 침해할 수 없다"는 논리에 따라 법원 건물의 높이를 넘지 못하도록 9층으로 건립됐다.  

이후 울산지법이 광역시(1997년 승격) 수준에 못 미치게 협소해 법원 이전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고, 여러 곳의 장소가 물색되던 중 결국 옛 법원 뒷쪽에 신청사를 짓기로 결정했다.

울산지법 신청사는 연면적 3만9470㎡ 12층 규모로 971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014년 12월 준공식을 가졌다. 

하지만 옛 법원이 있던 자리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주차장이 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A아파트 주민들이 주차장으로부터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A아파트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해주는 가림막 역할을 하던 나무들이 이날 오전부터 잘려나가자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울산 남구청측은 "인근 다른 아파트 주민들이 '나무가 우거져 불편함이 있다'고 민원을 제기해 나무를 자르게 됐다"면서 "A아파트 주민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 이후 주민들의 입장을 살피겠다"고 말했다.

한편 취재가 시작되자 남구청측은 이날 오후 2시쯤 벌목 공사를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