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진정한 원로가 없습니다. 그것은 사회지도층이 사회에 기여하지 않는 데 따른 당연한 결과입니다."

로버트 김이 사회지도층에 일침을 가했다. 어눌하게 표현한 모국어였지만 7년간 감옥에 있으면서 느낀 소회를 말하는 자리인지라 뼈저리게 와 닿았다.

▲ 로버트 김이 19일 울산상공회의소에서 로타리클럽 회원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있다.

기밀누설혐의로 미 연방 교도소에서 수감하다 7년만에 풀려나와 모국을 방문 중인 로버트김(64·한국명 김채곤)이 19일 울산에서 강연했다.

로타리클럽 주최로 이날 오후 3시부터 울산상공회의소 대강당에서 500여명의 로타리언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로버트 김은 "국민들의 성원에 감사한다"고 거듭 말한 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감옥 생활이 자신의 (국가관에 대한) 정체성을 확고히 해줬다며 감옥 안에서 국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IT강국으로 보지 않는다"며 "컴퓨터로 더 좋은 정보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컴퓨터로 노름을 하고 게임을 하는 남녀노소를 꼬집어 한 말이다.

로버트 김은 특히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조기유학, 영어연수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소년과 학부모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개인만 생각하는 사고는 나라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다가 참민주주의와 인권국가가 되겠냐?"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정교육"이라고 강조했다.

▲ 강연을 마친 로버트 김이 로타리클럽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버트 김은 청년시절 부친이 한국은행 부총재였지만 엄격한 가정교육을 시켜 자신이 군대를 만기제대하고 단돈 5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고 소개했다. 이를 두고 그는 "혹독한 교육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이런 가정교육이 힘든 미국생활과 감옥생활을 잘 견뎌내게 했다"고 토로했다.

공교육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 학교교육이 원래 목적과 달리 인성교육에 치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한국에는 아직 할 일이 많구나. 미약하나마 협조해야 되겠다"는 것을 생각게 한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김은 또 우리 국민들의 준법정신이 미흡하다며 "젊은이여 법을 지켜라"고 당부했다.

또 사회지도층을 겨냥해 "중형을 선고받고도 2∼3개월만 살고 나온다. 그런 준법정신으로 어떻게 장래가 있겠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자신의 감옥 생활을 염두에 둔 듯 "미국에는 사면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한미간 준법정신의 차이를 바로잡기 위해 현재 교도소 생활을 모태로 책을 집필 중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김은 감옥생활 중 초등생들이 저금통을 모아 보낸 일, 70대 노인이 구겨진 지폐를 보낸 일 등을 회상하며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며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