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과 관련해 수십 년간 계속돼 온 관행중 하나는 방학 때면 어김없이 합동교외지도 단속을 한다는 것. 상당수 중년들은 방학을 맞아 평소 감옥같던 학교에서 벗어나 '녹음기' '기타'를 메고 바닷가며 산으로 놀러 간 추억의 그 때를 기억할 것이다. 수십 년전 그때도 두려운 대상의 하나는 교외지도 단속반이었다. 학교 교사도 있고 교육청 장학사도 있었다. 이들은 흡연 음주는 물론 남학생과 여학생이 한 데 어울려 노는 것까지 지도라는 이름아래 단속해 학생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입시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사교육이 몰라보게 늘어난 요즘, 방학 중 야외로 나가는 학생들은 많이 줄었을 것이라는 추측이지만, 학생들이 접해보는 술과 담배의 양, 이성과의 어울림이 확연히 줄었다는 통계는 없다. 여느 교육청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어김없이 울산시교육청이 23일부터 8월 7일까지 일요일을 제외한 14일간 울산 진하해수욕장, 일산해수욕장, 작천정, 선바위 등 4개지역에서 경찰, 보건소, 구·군청과 합동교외지도를 한다고 26일 밝혔다. 울산지역 대부분 학교들이 17일부터 여름방학에 들어간 가운데 교육청은 지난 5월 10~11일 생활지도 담당자들을 모아 생활지도에 대한 연수회도 가진 바 있다. 이자리서 교육청은 학생의 인권·자율·책임·생명을 중시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여름방학 생활지도 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중년들이 경험했던 방학 중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학생 인권'이라는 용어가 '교외지도 단속'에서도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중년들은 당시와는 달리 '청소년보호법'이 엄청나게 강화됐다는 차잇점을 발견할 수 있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만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술과 담배를 팔면 징역 2년 이하, 혹은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장삿속으로 담배 한 값 잘못 팔면 처해지는 법치고는 무척 무거운 벌이다. 학생 이용하는 상인, 피해보는 상인 얼마전 울산 최고 번화가면서 젊음의 거리라고 불리는 성남동에서 슈퍼를 하는 한 중년 남성을 만났다. 그는 최근 관할 중구청과 검찰로부터 '청소년에게 술을 판 혐의'로 각 100만원씩의 벌금을 맞았다. 이 남성은 부과된 벌금 통지서를 슈퍼 입구에 걸어놓았다. 통지서에는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해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했으므로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주인은 표창장도 아닌 벌금 고지서를 떡하니 입구에 걸어 놓은 이유에 대해 "술이나 담배를 사러 온 청소년들이 통지서를 보라고 걸어놨다"고 말했다. 주인에 따르면 젊음의 거리에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데, 고객 중에는 가끔씩 청소년인지 청년인지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는 "분명히 20대 중반 청년으로 알고 팻트맥주를 팔았는 데 이 사람이 고교생 이었다"며 "억울하게 벌금을 물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래서 그는 청소년들이 아예 술 담배를 주문하지 못하도록 벌금 통지서를 입구에 걸어놨다고 한다. "분명히 어른처럼 보였는 데..." 이와 관련해 겪었던 일화가 있다. 몇 년전 기자가 거주하는 울산 동구에서 청소년선도단체와 봉사활동을 할 때의 일이다. 지역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노부부가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벌금 200만원을 부과받고는 "억울하다"며 구청에 진정한 일이다. 이 노부부는 슈퍼를 운영해 생계를 이어가는 데, 어느날 20대 후반의 한 젊은이가 담배를 달라고 하길래 아무 생각없이 팔았다고 한다. 하지만 담배를 사간 사람은 인근 고교의 2학년생. 그런데 노부부의 진정으로 이 학생을 만났는 데, 정말 보기에는 어김없는 20대 후반처럼 생겼었다. 하지만 이 노부부는 진정에도 불구하고 벌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 현행 법에는 술과 담배를 판매할 때는 주민등록증을 확인토록 하고, 이 노부부는 그러지 않았기 때문. 노부부는 "어른처럼 생겼는 데 어떻게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고 하느냐"며 억울해 하던 기억이 난다. 그해 지역 여름바다에서 청소년선도단체의 선도활동에 동참하면서 겪었던 일화도 기억에 생생하다. 고운 자갈이 넓게 깔려 있는 것으로 유명한 동주 주전 바닷가에서의 일이다. 청소년단체와 바닷가를 순회하던 중 바닷가에 둥글게 모여 앉아 있는 남여 고교생 5~6명과 마주쳤다. 학생들은 삼겹살을 굽고 있었고, 막 구워진 고기에 곁들여 소주를 마시려던 참이었다. 이를 발견한 선도위원 아저씨들이 일장 훈계를 하고 소주를 모두 압수했다. 그때 정말 억울해 하던 학생들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한 학생은 억울해 하며 "아참~ 이 소주 3배나 비싸게 쌌단 말입니다. 억울해요, 한번 봐 주세요" 라고 애원조로 말했다. 하지만 선도위원들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소주를 구입한 학생과 바닷가 가게로 갔다. 이 가게는 여름 바닷가 프리미엄을 붙여 한 병에 1000원에 파는 소주를 학생들인 줄 알면서도 3000원이나 받았다. 이 슈퍼 주인은 죄의식 없이 "바닷가에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항변했었다. 23일부터 교육청이 합동교외단속을 한다고 한다. 교외단속은 수십 년간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단속 과정에서는 많은 변화된 일들이 벌어질 것 같다. |
박석철 기자 psc@sisaul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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