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학교 본관 앞 마당에서 파업농성을 벌이던 청소노동자들의 천막과 비품들이 18일 아침 6시 30분쯤 강제 철거되고 있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먹고 살 수 있는 생활임금을 달라'며 지난해 6월 16일부터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학교에서 파업농성을 벌이던 청소노동자들이 농성 11개월만인 18일 오전 6시 30분쯤 학교밖으로 쫓겨났다.

당초 민주노총 울산지역연대노동조합 울산과학대지부(지부장 김순자)는 울산과학대학교 본관 로비에서 농성을 시작했지만, 대학측이 요청한 '퇴거단행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의 일부를 울산지방법원이 받아들여 지난해 10월 20일 오전 대학 마당으로 강제퇴거 조치된 바 있다. 이어 대학측은 다시 대학 마당에 쳐진 천막에 대해서도 '퇴거단행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

앞서 법원은 지난해 11월 3일 청소노동자 16명에게 1명당 하루 30만 원씩 각각 330만 원(총 528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집행했고, 이로인해 청소노동자들의 통장은 압류된 상태다. 하지만 대학측이 두 번째 가처분 신청 때 함께 제기한 매일 각 30만 원의 이행강제금은 이번에 부과되지 않았다.

18일 낮 현재 청소노동자들은 비가 오는 가운데 울산과학대학 정문 앞에서 비옷을 입은 채 연좌 농성중이다. 이들 청소노동자들은 파업농성 기간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해 생활이 어려운 상태로, 그동안 지역 여성계와 노동단체 등이 연대해 대학측의 양보를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파업사태, 왜 꼬이나

▲ 18일 오전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학교에서 파업농성을 벌이던 청소노동자들이 강제 철거로 쫓겨난 후 대학 정문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 민주노총 울산본부

정부가 권장하는 임금인 시중노임단가는 시급 7910원. 당시 최저 임금을 받던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해 3월 임금협상 때 시급 7910원에 상여금 200% 인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시급 6000원에 상여금 100% 인상으로 요구 조건은 낮췄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청소노동자들은 파업농성을 시작했다.

파업이 지속되자 울산지역 여성계와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가 연대해 청소노동자 돕기에 나섰다. 민주노총이 지난 4월 11일을 '파업 300일 연대의 날'로 선포해 영남권 노동계가 울산과학대에 집결해 대학 측에 사태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17번 진행된 뒤 중단된 청소노동자와 업체와의 교섭이 재개됐고 일주일간 집중교섭을 가졌지만, 결국 협상 타결에 실패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18일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시급 6000원, 상여금 100%는 지역의 울산시청과 문화예술회관 등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임금과 비교해도 무리한 것이 아니다"라며 "청소노동자가 꼭 최저임금만 받으라는 법이 있나, 지금 생활임금 보장이 대세지만 대학적립금 273억 원을 쌓아놓고 있는 실질적인 사용자 울산과학대학측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울산과학대측은 "지난 4월 총장의 중재로 청소노동자와 업체가 일주일간 집중교섭을 했다"며 "하지만 노조측이 합의하기로 한 입장을 번복해 교섭이 결렬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학측은 임금협상을 계속하기 위해 3개월간 업체 등록을 미루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불발돼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박석철 기자  psc@sisaul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