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해외공장의 생산량 노사 합의'와 '정년 65세까지 연장' 등의 요구안을 내기로 했다.

현대차노조는 지난 12일부터 울산공장 정문 앞 현대차문화회관 2층에서 올해 임단협 요구안 마련을 위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 14일 노조측은 "이경훈 지부장이 지난 8일 열린 물량공동위원회에서 국내 생산 물량이 이유없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회사측에 명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며 "해외물량 방출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임단협 요구안이 알려지면서 보수들이 일제히 비난기사를 내는 등 현대차노조 때리기에 나섰다. 이번 뭇매는 전국의 비정규직노조들이 "현대차노조 집행부가 4.24 총파업에 불참하면서 보수언론에게 폭풍 칭찬을 받고 있다"고 한 지 일주일 만에 나온 현상이다.

전국의 비정규직노조들은 지난 8일 "보수언론이 이경훈 지부장이 노조 소식지를 통해 쓴 '억지 파업'을 여러 차례 민주노총을 공격하는 데 사용했고, '민주노총이 현대차 노동자들에게 억지 파업을 강요했다'는 내용이 방송과 신문에 나와 며칠 동안 세상을 뒤덮었다"며 "지금 조중동 보수언론에게 폭풍 칭찬을 받은 노조가 바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와 이경훈 지부장이다"고 비난한 바 있다.

현대차노조는 '해외생산량 노사 합의' 요구 왜 나왔나

현대차노사의 올해 임단협 쟁점은 상여금의 기본급 포함 여부. 노조는 상여금 800%를 기본급에 포함 하자는 데 반해 회사측은 총비용 유지라는 틀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한 노조가 임금차등금지 원칙을 준수하라고 하는데 반해 회사측은 임금차별화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현대차 국내공장의 생산량이 감소하는 반면 해외공장의 신설과 생산량은 증가하면서 고용불안이 커지자 노조측이 해외물량 방출을 막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현대차 울산2공장 21라인은 물량이 완전 감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노조 분석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중국에 승용차와 상용차 생산공장을 둔 것을 비롯해 미국, 브라질, 인도, 체코, 터키, 러시아에 해외공장을 두고 있다. 또한 중국 4·5공장과 미국2공장, 인도3공장, 브라질공장 등이 새로 건립되거나 증설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전체 생산량 500만대 가운데 국내 생산량은 191만대, 해외 생산량은 310만대로 격차가 벌어졌고 앞으로 해외공장이 증설되면 해외생산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001년 94.2%에 이르던 국내공장 생산비율이 지난해 37.9%에 이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

하지만 현대차노조 내의 일부 활동가들은 노조 집행부가 해외공장을 거론하는 것을 지적하고 나섰다. 집행부가 해결도 못할 일을 두고 조합원들에게 고용불안을 조성하면서 해결사를 자처한다는 것. 따라서 물량을 확보해 부족한 임금을 채우는 잘못된 경쟁체재를 조성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노조 현장조직의 한 활동가는 "노조가 과거의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노동운동의 본령인 노동시간단축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민주노조운영 원리에 맞게 새로운 룰과 시스템을 만들고 8시간 노동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생산을 해외공장에 뺏기는 것을 막으려는데 치중하기 보다는 친환경 고부가가치 차량 생산 등을 주문해 장시간 노동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