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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생긴다고 좋아했는데, 이런 줄 몰랐다<칼럼> 고3 수험생을 둔 지방 학부모의 고민
박석철 기자 | 승인2011.09.05 10:53
우여곡절 끝에 울산에도 국립대가 들어섰지만, 그것은 법인화 대학이었다. 지역민들이 원하던 그런 대학이 아니었다
 

"공부를 하려면 확실히 잘하고 아니면 기술을 배워라." 

기성세대들이면 기억할 것이다. 과거 학창시절, 부모님께 이 말 한 번쯤은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수십 년이 흐른 뒤 학부모가 된 지금 기성세대들은 참 난감하다. 특히 지방에 사는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지만 할 수가 없다. 세상이 너무 변했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생 가운데 90% 가량이 전문대학을 포함해 대학에 진학한다. 그런데 이런 말을 자녀에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일이 내게도 닥쳤다. 그런 일로 며칠 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고3 아들과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모두가 교육 행정 탓"이라는 한탄이 절로 나왔다. 인구 113만여 명에 4년제 종합대가 하나밖에 없는 울산에서의 일이다.

지역에서 서울지역 대학에 간다는 것은...

지난 1일 밤이다. 그동안 공부를 꽤 잘한다고 믿고 있던 아들이 불쑥 "대학은 서울로 갈 것이다"고 말했다. 참 무서운 말이다. 1000만 원 등록금에다 연간 하숙비며 생활비를 쉽게 감당할 부모가 그리 흔하겠나. 그래서 난감했다.

아들 왈, "울산에 대학이 어디 있나, 서울에 가서 큰 물을 먹고 싶단"다. 아이 말로는 지방 국립대 나온 것보다 서울에 있는 사립대가 훨씬 취업이 잘되고 장래가 밝다고 했다. 그런 분위기가 오래전부터 지역의 학교 주변에는 퍼져 있단다.

참 난감한 일이다. 내가 부모님께 받아왔듯, 자식 공부한다는데 안 밀어 줄 명분이 없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자식 못 밀어주는 부모는 부모 축에 안 낀다'는 말이 회자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문제로 아들에게 언성을 높이다 곧바로 후회가 밀려왔다. 처음으로 내게 대들던 아들도 울면서 잘못했다고 한다. 가슴이 먹먹하다. "이게 다 교육행정 탓이다" 하는 원망이 또 든다. 몇 년 전의 일들이 떠오른다. 진보적 시민단체와 진보정당이 그토록 반대하던 법인화 국립대 반대 목소리가 새삼 다가온다. 하지만 당시 필자는 이 목소리를 외면했었다. 

어렵게 국립대는 설립됐지만...

필자는 2003년~2004년 울산국립대범시민추진단 사무국장을 지낸 바 있다. 언론에 몸담고 있었지만 이 단체에 참여했던 이유는, 필자의 아이들도 몇 년 뒤에는 대학에 가야 한다는 절실함 때문이었다. 울산에는 대학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취지는 이렇다. 1962년 공업특정지구로 지정된 울산은 그동안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인구가 110만이 넘는 대도시로 발전했지만, 교육환경은 열악했다. 인근 경주에는 인구 30만 명에 10여 개의 대학이 있는 데 반해 울산은 4년제 대학교 한 곳을 포함해 3개의 대학뿐이었다.

당시 울산은 한 해 1만3000여 명 정도의 대학 진학 희망자가 배출됐지만, 전문대학을 비롯한 전체 울산지역 대학 정원은 절반에도 훨씬 못 미쳤다. 결국 울산의 학생들은 자의 반 타의 반 외지로 대학 진학을 했다.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수 년째 대학, 그것도 국립대학 설립을 요구하고 있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울산의 국립대 설립을 공약했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에도 울산의 대학 설립은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 전국에 넘쳐나는 대학으로 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하고 있던 터라 어려움은 더했다. 하지만 울산은 절실했다. 대학 설립, 그것도 등록금이 싼 국립대 설립은 지역의 학부모들에게는 곧 생계와 연결되는 주요한 문제였다.

당시 추진단 사무국장을 맡고 있던 필자는 진보진영에서 반대하는 법인화 국립대 반대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애써 외면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온 듯하다. 결론적으로 어렵게 성사된 울산국립대는 지금 지역 학생들이 입학하기에는 그림의 떡이다. 

시민들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결과로 귀결됐다. 이사회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실행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지역민들이 하소연할 곳이 없다.
 

학부모 기대와 어긋난 법인화 국립대

울산 구성원들이 국립대 설립을 요구할 당시 필자는 울산시청 6급 담당 공무원과 함께 손 발을 맞춰 울산국립대 설립에 관련된 자료들을 취합하고 분석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자료는 취임 후의 노 전 대통령이 하는 울산국립대 관련 발언과 행보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울산 국립대 설립을 위한 공약 이행에 애를 쓴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학 구조조정 때문에 울산만 대학이 들어서면 안 된다"고 반대하는 교육관료들에게 "대학구조조정을 똑같은 틀로 봐서는 안 된다. 울산에 꼭 국립대를 설립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었다.

당시 필자가 열린우리당 고위 당직자에게 수 차례 확인한 바로는 노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에 교육부 관료들이 매번 반대 논리를 폈다는 것.

노 대통령과 교육부 관료들의 줄다리기는 수년간 계속됐다. 그것은 지금도 보관하고 있는 기록 자료에도 나와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인 2003년 초 인수위가 주관하는 전국 순회토론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2003년 1월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토론회에서 노 전 대통령은 "울산의 국립대학은 이전이든 신규 설립이든 교육에 불편이 없도록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또 취임 후인 그해 4월 11일 울산 방문에서는 "울산 대학문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해 9월 열린 부산 울산 경남지역 언론사 합동인터뷰와 12월에 열린 전국 시도의회의장 초청 오찬에서도 "적극적이고 설립가능한 방향으로 (울산국립대 설립을) 검토하라"고 배석한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전국 각시도 지도자들이 모인 앞이다.

2004년 1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방분권 및 국가균형발전시대 선포식에서 "교육부 장관은 국립대 설립 불허방침에 따라 절대 불허한다고 하지만 대통령은 울산에 국립대를 설립하겠다"고 선언했다. 교육부의 반대가 얼마나 심했던가를 대통령이 직접 확인해준 것이다.

2004년 7월에도 노 전 대통령은 인천지역혁신발전 5개년 토론회에 참석해 "(교육부 관료가) 전국적으로 대학생 수가 줄어 정원이 축소되고 있는 데 어떻게 대학을 늘리느냐고 하길래 지역마다 수요가 다른 데 국가라는 한통속에 넣고 지역사정을 무시할 수 있느냐" 고 말했다. 울산국립대범시민추진단으로서는 고무적인 대통령의 행보들이었다.

대통령 취임 후 3년 가까이 흐른 2005년 9월 16일, 드디어 교육부와 울산시는 '울산국립대설립을 위한 양해 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마침내 울산국립대 신설이 확정됐다. 그리고 2009년 3월 울산과학기술대는 첫 입학생을 모집했다.

국립대에 대한 시민 염원은 물거품이...

하지만 울산시민, 학부모가 그토록 염원하고 지자체가 엄청난 예산을 투자한 울산의 국립대(울산과학기술대)는 우리가 기대하는 그런 대학이 아니었다. 되레 지역의 예산으로 전국의 우수한 학생들을 공부시키는 꼴이 된 것이다.

울산과기대 초대 조무제 총장은 대학 첫 문을 열면서 '전국 상위 5% 학생 선별 방침'을 발표했고 그대로 실현했다. 

조 총장은 당시 "학생들의 수준이 울산과기대 미래를 판가름하는 최대관건"이라며 전국 상위 5% 내에 드는 학생 500명을 선별해 전액 장학금을 지급했다. 지역 학부모들이 원하던 우리 자녀 대학문 넓히기는 공염불에 불과했다.

전액 장학금은 아니자만 2011년과 2012학년도 신입생 모집 인원은 750명 가량이라고 한다. 하지만 울산에서 전국 상위 성적에 랭크되는 학생이 적고, 울산과기대가 지역 학생 입학 특혜를 준다고 하지만 울산지역 학생들의 입학은 한 해 수십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진학자 1만3000여 명 학생 중 그토록 기대하던 울산국립대에 들어갈 확률이 너무 낮은 것이다.  

그동안 국립대추진단은 2000명 이상의 대학 정원을 요구해왔고, 울산시가 학교 부지 외 15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울주군도 1000억 원 가량을 순차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시민이 그토록 염원하던 울산국립대는,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지역의 우수학생들을 수용하는 꼴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전국 5% 성적이 안 돼 울산과기대에 못가고 서울에 있는 사립대에 가려는 아들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제 필자도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꾸준히 나가면서 등록금 문제가 관철되도록 하는 데 일조하는 길밖에 없게 됐다.  


박석철 기자  psc@sisaul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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