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떨리던 그날을 기억한다. 내 이름으로 첫 기사가 나가던 날, 나는 얼마나 정의를 다짐했던가.언론사에 첫 입문하던 날 나는 또 얼마나 설레었던가.

모든 것이 모순덩어리로 보이던 이 사회에 소금이 되어보자고 하던 약속이 어찌 나 혼자의 일이겠는가.

사주의 부당함에 들쳐 일어나 머리띠를 동여매고 낯설기만 하던 '투쟁'이란 단어를 거침없이 쏟아내던 그날 '투쟁'이란 단어가 왜 그리 친근하던가.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고 생각했던 노동자들의 들고 일어남이, 막상 우리에게 닥쳤을 때 그 얼마나 절박했던가.

누군가에게 한 기사 내어달라고 애걸하던 그 목소리를 외면 당했을 때 얼마나 언론이란 존재가 야속하던가.

나를 포함해 대다수 기자들이 처음 그날의 다짐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약자와 강자가 싸울때 강자의 편에 서서 약자를 애써 외면하지는 않는가. 그리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한마디 하지는 않는가.

삭발한 공무원들이 "기자들 물러가라"고 기자실에 못질하던 날, 우리는 그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보았던가. 우리는 애써 그들이 좌파가 되어간다고 되뇌지는 않았던가.
갈곳이 없는 데 해고 당해 절규하는 노동자를 외면한 채 "경제가 어려워서"라는 한마디로 해고 시킨 자들의 주장에 적극 동의하지는 않았는가.

문득 무리를 잃어버리고 절룩거리며 하이에나 떼에 쫓기는 사자를 기억한다. 리얼하게 찍은 야생 프로그램 화면을 보고 우리는 야성을 잃어버린 사자에 우울하지는 않았던가.

기자들이여 이제 야성을 깨우자. 우리를 애타게 찾는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한번 기울여 보자. 그들은 울고 있지 않던가. 그들은 수억원의 돈을 받고 아파트 공사를 재개토록 한 정치인과는 다르지 않던가.

먹을 것이 없으면 사냥 못한 사자처럼 굶어도 보자.  오늘 건강 다큐 프로그램에서 한끼만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하지 않던가.

기자들이여. 우리 이제 야성을 깨워보자. 우리 다시 힘을 내서 이 사회 소금이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