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탐방에 처음으로 문을 두드렸다는 이태숙씨

이글은 울산시 상진초등학교 최은송 학생의 어머니가 쓴 문화재답사 소감문으로 상진초등학교는 2004년 울산시교육청 지정 학부모문화답사 지정학교로 모범적인 활동을 한 바 있습니다. 이 학교 김영호 교장은 울산문화답사회 회장을 지낸 저명 문화유산해설가로 학부모들에게 해박한 문화지식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 학교 학부모문화답사는 학부모들로부터 호응을 얻어 올해도 학교자체사업으로 진행중입니다.

2005학년도에는 좀 더 적극적인 내 삶을 찾자는 각오로 학교에서 실시하는 문화탐방에 처음으로 문을 두드렸다. 늘 바쁜 일상을 접은 채 하루의 여정을 체크하고 김해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꼭 학창시절의 모습이어서 너무나 좋았다. 다들 주름살을 몇 개쯤 달고 있는 학부모들이었지만 교수님 같은 교장선생님의 안내와 해설로 배움의 열기는 대단하였다.

맨 처음 수로왕릉비에서 간단한 묵념으로 예의를 갖추고 절대자의 엄숙한 분위기를 느끼면서 문화재 해설사인 허모연 선생님의 이야기를 경청하였다. 허황옥은 인도 야유타국 공주로 16살때 배를 타고 가락국에 도착하여 수로왕의 왕비가 되었고 154세에 사망했다고 한다.

인도에서 배를 타고 올 때 봉채(봉차) 씨앗을 갖고 와서 지금의 창원 백월산에 심었는 데 그 차가 지금도 김해에서는 장군차, 황차(임금님에게 올리는 차)라고 했다. 그리고 허황옥은 국제결혼의 제일 첫 장을 연 장본인이라는 여담도 들었다. 이어서 우리는 거북 모양의 구지봉을 견학하였다. 구지봉은 김수로왕이 탄강한 곳으로 그 곳에는 "신라 유리왕 19년(42)에 하늘에서 6개의 황금알이 내려와 그 알 속에서 태어난 김수로왕이 가야를 건국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구지봉 남쪽에 있는 고인돌은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인 무덤양식으로 구지봉석이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는데 이 글씨는 한석봉이 쓴 것이라고 하며, 이 곳은 오랜 세월 사람이 살고 있었던 역사의 증표이기도 하였다.

다음 견학지인 국립김해박물관으로 가는 길 언저리에 아낙네들이 쑥이랑 나물을 캐는 모습이 봄의 정취를 더욱 강하게 느끼게 했다. 깨끗하게 정비된 김해박물관은 고고학 전문박물관으로 가야의 유물과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정오가 훨씬 넘었지만 시장함을 잊은 채 대성동 고분군(사적 341호)에 들렀다. 이곳에눈 금관가야 지배층의 집단묘역으로 다양한 무덤들이 있었다. 신분에 따라 사람이 죽으면 그에 따른 하인들을 순장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니 참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우리는 양지바른 잔디밭에 앉아 세심한 부분에까지 신경쓰시는 교장선생님의 배려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약간의 휴식으로 피로를 풀고 오전의 일정을 마친후 든든한 배를 안고 웰빙의 산책으로 김해 봉황동 유적지(사적 2호)로 향했다. 이곳은 가야시대의 대표적인 조개무지로써 회현리 패총이라고도 하며 금관가야 최대의 생활 유적지인 봉황대를 합쳐서 2001년 2월 5일에 사적지로 확대 지정된 곳이다. 또한 구릉 위에는 황세군과 여의낭자의 전설이 서려있는 여의각과 황세바위가 있었고, 가야시대 주거지인 고상가옥이 있었다. 마지막 코스인 김해 천문대로 향했다. 신 꼭대기에 산이 알을 품은 듯한 둥근 건물이 보였다.

김해 천문대는 지난 1998년 12월에 밀레니엄의 기념사업으로 천체와 우주에 대한 일반인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며 시민들에게 낭만과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서 추진되어 2002년 2월 1일에 개관하였다고 한다. 최첨단 기술로 이루어진 천문대는 둥근지붕을 열어 대형망원경으로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게 하였고, 태양도 광학렌즈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이글거리는 태양의 온도는 어마어마하였다.

나무가 금방 연기를 뿜으며 타 들어갈 정도로 온도가 높았다. 시간이 모자라서 천체투영실은 관람할 수 없었다. 아쉬웠지만 다음 기회에 아이들과 같이 답사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싶다.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나의 마음은 다른 나라 여행에서 느끼지 못했던 긍지와 자부심을 느꼈다. 아름답고 의미있는 우리의 문화 유적지!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는 우리의 문화재가 자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