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첫째아이가 입학식을 앞두고 새 신발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지난 3월초의
일이다. "아직 신던 신발이 멀쩡하니 더 신으라"는 엄마와 창진이의 다툼은 결국 창진의 승리로 끝났다.
사실 요즘 중학생들은 신발 신고 활동할 시간이 별로 없다. 학교에서는 실내화로 일과를 보내고, 수업을 파하면 대부분 학생들이 그렇듯 학원에서 수업한다, 과거 우리 때 같이 동네 어귀에서 친구들과 '다방구' 등 놀이를 하며 뛰놀던 풍경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학원-컴퓨터를 사이클로 하는 정적인 생활이 일과가 된 지 오래다. 새학기를 시작한 학교에서 인근 도시 경주로 수련회를 떠난 것은 지난 4월 5일. 2박3일 일정으로 체험학습 차원으로 전교생이 수련회를 다녀왔다. 한데 문제는 수련회 도중 발생했다. 수련회를 떠난 이튼날인 6일 오후, 아내가 황급한 목소리의 창진이 전화를 받았다. 신발이 떨어져 맨발로 산악행군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내는 "새로산 지 한달 밖에 안된 신발인데 별 일이야 있겠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한달만에 걸레조각이 된 신발 창진이가 수련회에서 돌아온 7일 저녁. 이번에는 내가 아내에게서 황급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신발이 걸레가 됐어요. 맨발로 행군을 했다는 데 아이가 온몸에 열이나고 아프데요" 한다. 얼른 집으로 달려갔다.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걸레가 된 신발, 한쪽 신발은 걸레조각처럼 해체돼 있었고 한쪽 신발은 밑창이 떨어져 덜렁거리고 있었다. 떨어진 부분에는 본드로 대충 칠한 흔적이 보이고 해체된 밑창에는 마분지 종이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아내는 "신발가게 주인이 요즘 유행하는 운동하라고 추천해 1만5000원에 구입했는 데 이럴수가 있느냐"며 펄쩍 뛰었다. 이 신발을 손에 들고 맨발로 집에 온 아이를 본 엄마의 심정이 짐작 간다.
신발 밑창과 속에는 'MADE IN KOREA'라는 표시가 선명했다. 신발의 본고장 부산에서 청년시절까지 보낸 나는 "국산 신발이 이럴리가 없는데..."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신발에는 'AP'라는 마크가 찍혀져 있고 컬러로 된 우산 모양과 'ANOLD 00000'라는 상표 표시가 유명 상표인 '아놀드 파머'의 짝퉁임을 짐작케 했다. 축구화임에도 가격이 다소 싸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처럼 불량품인 줄은 상상도 못했다, "돈도 돈이지만 신발이 떨어져 맨발로 당황하며 고생했을 아이를 생각하면 주인에게 문의하는게 낫다"는 아내의 말에 몇 일뒤 신발가게를 찾았다. 자총지종을 설명하니 신발가게 주인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국산이 확실한 데 왜 이렇지"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는 "업체에서 비닐 보따리에 신발을 넣고와 생산지 연락처나 회사이름은 알 수가 없다"는 납득안되는 답변을 늘어 놓았다. 환불은 안된다고 해 같은 가격, 비슷한 유형의 신발로 교환해 왔다. 그게 보름전 일이다. 한데, 보름된 신발이 또 덜렁거리고 있다. 아내나 나나 이제는 미안해서 바꾸러 가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정말 'MADE IN KOREA'가 맞는지, 전국적으로 이런 사례가 있는지, 유통경로가 어떠한지 등에 대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뇌리에서 떠나가질 않는다. |
박석철 기자 psc@sisaul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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