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의 최고 번화가였던 중구 우정동과 태화강을 이어주는 '우정지하도로'가 심각한 슬럼화 현상을 빚고
있다. 재난 대피시설로 지정돼 있는 이 지하도로 내부에는 통행이 불편할 정도로 물건들이 진열돼 있는가하면 수십개의 점포가 셔트문을 내린 채 방치돼 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울산 중구청이 불법시설로 간주해 점포당 연 평균 40만여 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있지만 과태료만 내고 문을 잠궈놓은 곳이 있는가 하면 과태료를 내지 못해 중구청이 열쇠로 봉쇄한 곳도 있다. 주변 재개발에 따른 보상을 염두에 두고 가게를 끝까지 보유하고자 하는 데 따른 현상이다. 중구청은 지하상가들이 가게 임대나 분양을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한 사람이 여러 가게 소유주로 돼 있는가 하면 소유주와 영업자가 다른 경우도 있다. 특히 한 특정 상인은 5개의 점포를 소유하면서 타인 명의의 2개 가게를 더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하도 통로 절반 이상을 자신의 판매 물품으로 진열해 놓아 슬럼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여름철 저녁이면 지하도로내에서 술판이 벌어지기도 해 지하도로를 지나는 시민들의 눈살을 지푸리게 한다는 것이 목격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중구청은 과태료 부과외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어 관리부실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최대 번화가의 슬럼화 과거 울산에서 가장 번화가였던 중구 우정동. 남구와 중구를 이어주는 태화다리를 지나면 화려했던 중구 우정동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시외버스주차장, 예식장 등 주요 시설이 이곳에 몰려 있었다. 하지만 90년대부터 상권이 태화다리 건너 남구로 이동하면서 서서히 그 명성이 사라져 갔다. 우정동을 태화강과 이어주는 우정지하도로의 통행인도 그만큼 줄었다. 하지만 최근 이 부근이 재개발 붐을 타고 다시 살아나고 있다. 우정지하도로 주변에는 54층 주상복합건물이 건립중이고 공사를 시작했거나 예정인 고층 건물만도 5곳이나 된다. 지난 1976년에 만들어진 우정지하도로는 당시 공사비를 충당하려는 시공사의 요청으로 지하 방화벽과 대피시설을 무시하고 33개의 점포를 만들어 분양했다. 당시 분양가는 100만원 정도.
이후 중구청은 1989년부터 이곳 상가시설을 불법으로 규정했고 평수에 따라 과태료를 차등 부과해 오고 있다. 현재 우정지하도로 내부에는 '상가를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임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중구청 관리자료 확인 결과 우정지하도로 상가는 한사람이 5개의 점포 소유주로 나와있는가 하면 실 소유주가 아닌 다른 사람이 버젓이 가게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불법 시설로 규정하고 임대나 양도를 금지한 규정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상인들에 따르면 상가는 몇해전까지 5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거래됐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재개발 보상금 탓에 거래가 없다. 중구청 관계자는 "이곳의 역사를 기록한 자료가 없어 상인들끼리의 임대, 양도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며 "현재 도로내 상황이 도시미관상 안 좋다는 것은 알지만 상가를 쫓아낼 수가 없어 과태료만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정지하도 주변 주민과 일부 상인들은 이곳의 슬럼화 요인으로 특정인에 의한 '지하도 독점'을 지적한다. 7개의 점포외 지하도내 절반 이상에 자신의 판매 물건을 진열해 지하도를 독점하고 있는 김아무개씨, 하지만 관공서나 어디에서도 이를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 도시미관을 헤친다고 불법시설로 정해 놓고도 이를 방치해 특혜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지하도로 통로에 부분별하게 진열된 물건은 그림이 담긴 액자 등으로 판매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중구청 관계자는 되레 "수시로 단속을 나가지만 (질서가)잘 지켜지지 않는다"면서도 "차라리 모든 가게가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으면 관리하기가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무개씨는 "한 가게당 40만원 정도의 과태료를 내고, 다른 사람의 가게는 임대료를 따로 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청 관리자료 확인 결과 김씨의 경우 지난해 5개의 점포중 2곳의 과태료는 납부하지 않았고 임대받은 한 곳의 과태료도 납부되지 않았다. 지하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한 시민은 "주상복합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고 태화강을 찾는 사람도 늘어나 우정지하도가 주요 도로로 부상하고 있으나 대피시설 규정이나 임대, 양도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어둠의 도로로 전락하고 있다"며 "여름밤이면 술판이 벌어져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안해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
박석철 기자 psc@sisaul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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