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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유치용"... 울산시, 60m 높이 재벌 총들 조형물 추진250억 원짜리 사업 추진... 시민사회는 "과도한 쇼" 반대 기류
박석철 | 승인2023.05.31 22:29
울산 울주군 소재 유니스트 소유의 부지에 추진 중인 기업인 흉상 조감도ⓒ 울산시 제공

울산광역시가 추진하는 250억 원짜리 '대기업 창업주 거대 조형물(흉상)' 조성사업이 논란이다. 

울산시는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인데 반해 시민사회는 "과도한 쇼와 이벤트다. 철회하라"는 반응이다. 울산시가 이 사업을 추경예산에 넣어놨고, 울산시의회 인적 구성이 여당 일색이라 통과가 유력해 보인다. 향후 시 정부와 시민사회가 의견 차이로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수십 미터 기업인 조형물... 정주영·최종현·신격호·이병철 등 거론

이 사업의 이름은 '울산을 빛낸 위대한 기업인 기념사업'이다. 사업 배경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조형물이라고 해서 동상 같은 것을 세우는 게 아니다. 

울산시는 '친기업 정책' 기조로 울주군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인근 부지(소유자 유니스트)에 높이 30~40m 규모로 '위대한 기업인 조형물' 제작을 추진 중이다. 밑받침 높이까지 합하면 실제 높이는 60m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드는 돈은 250억 원가량이다. 부지매입에 50억 원, 설계·제작·설치에 200억 원이다. 

조형물 대상으로는 울산 경제 발전에 기여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최종현 SK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울산이 고향),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삼성SDI 등 울산 기여) 등이 거론된다. 

사업지로 언급되는 울산과학기술원 인근 부지는 국도 24호선 울산-언양 구간과 경부선 울산고속도로 인근으로 이곳을 오가는 시민들이 조형물을 보게 된다는 구상이다. 

울산시 담당부서 관계자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 산에 바위를 깎아 만든 4명의 미국 대통령 얼굴 조각을 연상하면 된다"면서 "기업인 조형물의 명확한 내용은 앞으로 제정되는 조례에 따르고, 7월 중 구성될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와 시민 의견을 수렴해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울산시장 "울산 발전 공 기리고... 투자 유치 위한 것"
 
거대 조형물 합당성에 대한 논란이 일자 김두겸 울산시장이 직접 설명에 나섰다. 31일 김 시장은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기업 창업주들이 농어촌 도시이던 울산이 산업수도로 성장하는 데 큰 기여를 해 그 공을 기리고 울산시민의 자긍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지속적인 울산의 발전을 위한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 2, 3세대들이 투자처를 해외나 타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창업주 조형물은 이들 2, 3세대의 투자 유인 효과를 가저 오도록 동기부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조형물 대상자 선정이나 접촉 없이 추진하는 것은, 시의회에서 조례가 통과돼야 확실한 추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제2회 추경안은 30일 울산시의회에 제출됐고 곧 있을 시의회 제1차 정례회 기간 중 심의를 거쳐 6월 중에 조례가 제정될 예정이다. 울산시의회는 전체 22석 중 국민의힘 21석 더불어민주당 1석으로 구성돼 있어 통과가 유력하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울산시-울산국회의원협의회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시민사회, "과도한 쇼... 우상숭배인가?" 지적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는 이 사업 계획을 '극장 도시(거대한 기념물과 각종 쇼와 이벤트, 의례 등 과시의 정치)' 사업으로 규정하고 해당 사업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울산시민연대는 "울산의 도시 이미지를 희화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재벌총수 거대흉상 조성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재벌 총수의 60m 짜리 거대한 조형물을 25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것은 행정이 지녀야 할 공공성·보편성의 가치 실종을 의미한다"며 "주목을 끄는 과도한 쇼와 이벤트, 선전과 홍보로 점철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도시 울산을 만든 것은 자본 못지않게 당시 후발산업주자였던 국가의 집중 전략과 그 무엇보다 울산시민, 울산의 노동자였다"며 "이러한 요소를 삭제하고 재벌 총수 여러 명을 50~60m 규모 조형물로 울산 관문에 전시한다는 건 역설적 미학일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사무처장은 "기업인의 거대한 조형물 설치는 한국 사회에서 재벌총수가 갖는 다양한 평가는 둘째 치더라도 공공 경관을 반영구적으로 해치면서 우상숭배적 요소마저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울산민예총도 "울산시는 예산을 절감한다면서 시민들이 즐기고 누려야 할, 얼마 되지도 않는 문화예술 관련 예산은 삭감했다"면서 "그런데 250억 원 짜리 기업인 조형물을 짓는다니 어이없다"라고 꼬집었다. 울산민예총의 경우, 지난해 대비 울산민족예술제 사업 예산이 절반 가까이 삭감됐으며(1억5000만 원 → 8000만 원), 그밖에 사업 예산의 경우 전액 삭감됐다. 

민주당 "시민 예산은 허리띠 졸라매더니... 울산페이 예산반영에 힘써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판적인 입장이 나왔다. 민주당 울산시당은 31일 오전 11시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들어 가스·전기·수도·택시 등 공공요금이 폭등하고 경제가 무너지며 민생이 파탄나고 있다"며 "울산시는 시민을 위한 예산은 하나같이 허리띠를 졸라매더니 기업인 흉상은 설치하겠다고 하니 눈과 귀를 의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경은 당장 시급을 요하는 사업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과 같이 특별한 사유로 본 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예산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추경 2회 예산 284억 중 88% 이상이 흉상 건립을 위한 예산인데, 이것이 당장 시급을 요하는 사안인가"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250억 재벌 흉상 건립 사업계획을 철회하고 민생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울산페이 예산 반영에 힘써라"고 주문했다.


박석철  sukchul-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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