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에 있는 세계 최대 조선소 현대중공업 정문. 지난해 동구에 정착한 아프카니스탄 특별기여자 29가구의 가구당 1명이 협력업체에 취업한 바 있다

지난 19일, 일부 언론에서 '수주 물량 확보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에 정부가 용접자격증을 보유한 모범수형자 통근작업을 내부 검토 중'이라는 내용의 <디지털타임스> 보도가 나온 뒤 조선업을 주력산업으로 둔 울산광역시 동구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에도 '현대중공업에 수천 명의 외국인을 투입한다'는 소문이 나돌자 시민사회단체는 "국내 노동자의 질 높은 일자리를 창출하라"면서 반발한 적이 있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재소자 투입방침에 대해 정부는 입장을 밝혀라"라고 요구했다. 김종훈 구청장은 "조선산업은 대한민국의 주요 수출산업이자 뿌리산업이라 미숙련 외국인, 재소자 등의 임시처방으로 빈자리를 메워서는 안 된다"라며 "전문기술을 양성하고 임금과 복지를 높여 우수한 인력이 찾아오는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 100년을 내다보며 잘 키워나가야 할 산업"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 구청장은 "조선업 수주가 늘고 있는데도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은 조선소 노동자들의 저임금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그런데 정부는 근본 대책은 외면한 채, 외국인 노동자 투입정책을 확대 추진하고 있고, 거기에다 이제는 재소자를 투입한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무차별적인 외국인 노동자 투입 조차도 지역에서 우려가 높은데, 재소자도 온다고 하면 오히려 기존의 우수 인력을 쫓아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조선산업을 기피업종으로 만들어 사양산업으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조선소의 임금과 복지를 개선하는 아주 원칙적인 방법으로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데도, 정부와 기업이 이런 임시방편만 찾는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며 "정부는 재소자 투입 검토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해당 지역과 한마디의 논의 없이, 지역 주민의 정서를 외면한 일방통행식 행정을 더 이상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선업 인력난은 노동자들 저임금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
 
김 구청장은 이와 관련 "울산 동구는 아프간 특별기여자의 일방적인 집단 이주 결정으로 불과 몇 달 전에 심각한 혼란을 겪은 바 있다"며 "국민적 논의나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책임은 지자체에 떠넘기는 일이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울산, 특히 동구에 투입된다고 결정된 것은 없지만 재소자 투입이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동구의 지역사회는 크게 술렁일 수 밖에 없다"며 "협력업체 대표들도 '원청 대기업이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인상하면 노동자들이 더 온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발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서, 조선산업의 불합리한 산업구조를 이 참에 대대적으로 개편해서 산업의 기본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울산 동구 주민들은 언론에 보도된 재소자 투입방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며 아울러 정부가 논의의 전 과정과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투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19일 <디지털타임스>는 법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최근 조선소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직업훈련으로 용접자격증을 취득한 모범수형자의 사회적응능력을 배양시키고 국가경제에 기여하고자 외부기업 통근작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법무부가 "산업현장 인력부족 등 감안하여, 여러 가지 방안 중 실무진 차원에서 검토가 있었다"며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