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오전 9시34분께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고려아연에서 컨테이너 청소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유독가스에 질식 사고를 당한 후 출동한 119 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 울산소방본부 제공

지난 30일 오전 9시 34분쯤 울산 울주군 온산읍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재처리 공정 관련 컨테이너에서 작업하던 30대와 40대 노동자가 유독가스 흡입에 따른 질식사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컨테이너를 청소하던 중 질소가스에 중독되어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노동자들은 일반 방진마스크만 쓴 채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소가스가 약간의 호흡만으로도 의식을 잃거나 생명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허술한 안전관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사고가 발생한 고려아연이 최근 온산국가산업단지 내에 전용 지정폐기물 매립장 조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환경 오염을 이유로 고려아연 매립장 조성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사고를 두고 노동계와 진보정당 등 각계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진보당 울산시당 "생명경시, 환경파괴 기업에 자체 폐기물 매립장 허가안돼"

진보당 울산시당이 1일 오후 1시 30분 울산시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과 노동자의 삶을 위협하는 고려아연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진보당 울산시당

진보당 울산시당은 1일 오후 1시 30분 울산시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과 노동자의 삶을 위협하는 고려아연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진보당은 "단 한번의 호흡만으로도 의식을 잃거나 소중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유해가스에서 하는 작업은 생명이 달린 일인 만큼 당연히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와 같은 적정한 공기를 공급하는 호흡용 보호구를 착용하는 작업환경을 만들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회사는 그동안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고려아연은 2017년부터 수년간 폐수에 함유된 특정 중금속 허용량이 기준치를 초과하자 단속 공무원을 매수해 폐수 측정치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있다"면서 "어떻게 이런 기업이 있을 수 있는지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진보당은 "이처럼 생명경시, 환경파괴 기업에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체 폐기물 매립장을 허가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땅히 주민의 요구를 수용하여 고려아연 자체 폐기물 매립장의 허가를 취소하고, 그 과정에서 불법과 특혜는 없었는지도 철저히 조사해서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발암물질을 함유한 폐수 측정치 조작으로 116만 울산시민의 생명과 환경을 위협하고, 끊임없는 산재사고에도 작업환경을 개선하지 않아 소중한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고려아연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면서 "책임자 처벌 등의 강력한 일벌백계만이 노동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진보당 울산시당은 따라서 "더 이상 울산의 노동현장 그 어떤 곳에서도 산재사고로 소중한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없도록 고려아연 대표 및 해당 사업장 책임자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노동자 작업중지권 등 노동자의 안전한 작업환경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더 견고히 만들어 가겠다"면서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두 분의 노동자와 갑작스런 사고로 하루아침에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1일 지역얼론 등에 사과문 광고를 을 내고 "온산제련소에서 근무 중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과 본사와 협력사 임직원, 나아가 국민들께 큰 염려를 끼쳐 진심으로 머리숙여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해 침통한 심정"이라면서 "사고 수습과 사고원인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결과에 따른 모든 책임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고려아연은 "유가족에 대한 지원과 안전한 작업장을 만드는데도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