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2019년 10월 15일 오후 2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월성1호기 영구정지 결정 못하는 엄재식 위원장과 원안위 규탄 및 영구정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제9호 태풍 마이삭이 3일 새벽 부산과 울산을 지나면서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핵발전소 내 모든 발전소가 잇따라 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신고리1호기(오전 12시 59분), 신고리2호기(오전 1시 12분), 고리3호기(오전 2시 53분), 고리4호기(오전 3시 1분)가 자동정지되고, 영구정지 중인 고리1호기와 정비 중이던 고리2호기는 비상디젤발전기가 자동 가동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에 대해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태풍으로 인한 핵발전소 사고는 앞서도 있었다. 지난 2003년 9월 태풍 매미 때도 고리 1~4호기와 월성 2호기가 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3일 보도자료를 내고 "기후위기에 다른 폭염과 태풍으로 인해 핵발전소 안전을 담보 못 한다"면서 "(노후화된) 경주 월성 2,3,4호기와 고리 2,3,4호기 조기폐쇄를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울산의 시민단체들은 최근 인근도시 울산의 여론수렴 없이 경주지역 공론화를 통해 월성핵발전소 내 맥스터(사용후핵연료 대용량 건식조밀저장시설) 7기 건설을 추진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기후위기와 더불어 폭염과 화재, 태풍 등 기상이변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면서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도 자연재해로 인한 폭발사고였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기후위기 시대 핵발전소는 대안이 아니라 위험일 뿐임에도 월성핵발전소 내 맥스터 7기 건설을 추진하는 정부를 규탄한다"면서 "정부는 하루속히 고리 2,3,4호기와 월성2,3,4호기 등 노후핵발전소부터 조기에 폐쇄하고, 완전한 탈핵을 더욱 앞당겨라"고 촉구했다.

"스웨덴은 바닷물 수온 안전 수준 넘어 오르자 원전 가동 중단"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외국 사례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들은 "2018년 스웨덴과 폴란드는 폭염으로 냉각수로 이용되는 바닷물의 수온이 안전 수준을 넘어 오르자 원전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 시간을 줄여서 운영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원자로는 냉각을 위해 차가운 바닷물을 이용하고 있지만, 기온이 너무 올라가다 보면 안전 가동에 적합하지 않은 온도까지 수온이 상승할 수도 있다"면서 "이에 스웨덴 원자력 감독 당국(SSM)이 폭염 피해로부터 원자로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수개월 내에 마련해 제출할 것을 원전 운영업체들에게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후위기로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 해수면이 높아지고, 이는 해안가에 자리한 국내 핵발전소 안전에도 영향을 끼친다"면서 "찬핵론자들은 기후위기 대안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원전건설'이 대안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핵발전은 기후위기로 인해 더욱 국민안전을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정부의 맥스터 추진과 관련해 "핵발전은 전세계적으로 고준위핵폐기물 처분방안이 없는 상태로, 한국 역시 핵발전소 가동 40년이 지났지만 고준위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이 없어서 핵발전소 부지 안에 임시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상에 보관하는 고준위핵폐기물은, 습식저장 냉각수조에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등의 사고가 나면 원자로 사고보다 훨씬 더 많은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누출될 수 있다"면서 "이러함에도 월성핵발전소 내 맥스터 건설을 추진하는 정부를 규탄한다"고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