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중단에 맨붕 온 청소년들, 업주 "교회는 놔두고..."

울산 남구 옥동 학원가에 있는 한 PC방에 영업 중단을 알리는 안내장이 부착돼 있다

26일 오후 1시가 가까워지는 시간, 울산 남구 옥동의 한 PC방 앞에서 한 장년층 남자가 급히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그는 "미처 뉴스를 접하지 못해 PC방이 문을 닫은지 몰랐다"면서 "급히 문서를 작성해 보낼 일이 있는데 큰일났다"면서 걸음을 서둘렀다.

해당 PC방 주변을 지나던 서너명의 청소년이 이 모습을 보고 "PC방 폐쇄조치는 너무 과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친구들도 맞장구를 쳤다.

이곳은 울산지역의 학원가가 밀집돼 있고 주택가도 즐비해 울산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곳이다. 오후 시간대면 이곳 거리에는 학원을 마치거나 혹은 학원에 들어가려는 중고교생들로 붐비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학원에는 여전히 학생들이 오가지만 PC방 주변은 평소와 달리 청소년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최곤 코로나19가 다시 확대되자 정부는 노래방 등 고위험시설에 대해 지난 24일 0시부로 영업중단 결정을 내렸다. 최근 들어 고위험시설로 추가 지정된 PC방도 덩달아 24일부터 잠점 폐쇄 됐다.

학원의 경우 300인 이상 대규모 학원만 고위험시설로 지정돼 있다. 이곳 울산 옥동은 한때 300인 이상 대형 학원이 성황일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학교의 야간자율학습 등으로 대형 학원은 속속 문을 닫고 대신 단과반 위주의 중소형 학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확대에도 이 주변 학원들은 옂번히 성업 중이지만 학원을 마치면 학생들 대다수가 들리는 PC방은 문을 닫으면서 희비가 엇갈린 것.

고위험시설 지정에 불만 쌓이는 PC방 업주와 청소년들

울산 남구 옥동의 학원가. 울산의 대치동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PC방 업주는 물론 주 고객인 청소년들의 불만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울산 옥둥에서 만난 한 청소년은 "이 더위에 학원에서 공부해야 하는 것도 힘들지만 하루 한두 시간 이용하는 시원한 PC방에 갈 수 없다는 것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상다수 학생들은 PC방 이용이 하루 중 최대의 낙이라고 한다. 역으로 말하면  PC방 외에는 딱히 갈만한 곳이나 활동할 곳이 없다는 말도 된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급기야  PC방이 문을 닫게 되자 갈 곳이 없어진 청소년들의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PC방 업주들도 불만이 많다. 30대의 한 PC방 업주는 "코로나19가 확산된 곳은 교회인데 중위험시설,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는 PC방은 고위험시설이라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저 앞에 있는 카페를 보라. 손님들이 꽉차 있고 서로 대화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같은 업주들의 목소리 때문에 현재 PC방 협회를 중심으로 "PC방을 고위험시설에서 제외해 달라"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PC방 업주와 청소년들의 입장과 달리, 주변의 시선은 그리 녹녹치 않다.

울산 남구 옥동 PC방 주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평소 학원을 마치며 우르르 PC방으로 몰려가는 학생들을 보고 코로나가 확산되지 않을까 위태위태하게 느꼈다"면서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는 모든 국민이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처럼 전례없이 참아온 전염병이 급기야 청소년들의 놀이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우리사회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딱히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의 시민 개개인의 양보와 인내 만이 이 고비를 넘기게 해 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박석철 sukchul-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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