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핵쓰레기장 반대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가 19일 오후 1시 20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공론화가 조작된 것으로 의심된다 면서 청와대가 결단하고, 국회는 공론조작 진상조사위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안승찬 울산북구주민대책위 공동대표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경북 경주 월성핵발전소 내에 맥스터(사용후핵연료 대용량 건식조밀저장시설) 건설을 공론화로 추진 중인 산업부의 재검토위가 지난 7월 24일 "81.4%가 찬성했다" 지역공론화를 발표했다.

이에 인근 도시 울산의 시민들과 경주 양남면 주민대책위 등이 무효를 주장하며 19일 현재 22일째 청와대 앞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관련기사 : 울산·경주 시민단체 "맥스터 공론화 조작돼"... 청와대 농성)

이 가운데 울산시민측(월성핵쓰레기장 반대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가 19일 오후 1시 20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공론화가 조작된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청와대가 결단하고, 국회는 공론조작 진상조사위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울산운동본부는 지역공론화 조작에 대한 근거로 (산업부측)경주지역실행기구가 실시한 설문에서 경주 양남면 시민참여단 39명 중 반대는 1명(2.6%), 감포읍 참여자 31명 중 반대는 역시 1명(3.2%) 이었지만,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는 맥스터 건설반대가 55.8%로 나타난 점을 들었다.

경주지역실행기구 용역업체인 한국능률협회가 경주지역 시민참여단을 모집하면서 의도적으로 찬성쪽 주민만 모집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특히 울산운동본부는 "맥스터를 반대하는 경주 양남면대책위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145명의 시민참여단 가운데 한수원 협력업체 직원이나 가족이 30명가량 포함돼 있다"면서 "한국능률협회가 맨 처음 3000명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양말과 우산을 제공하고 한수원이 동행했다는 진술서도 확보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3000명 설문조사 시 시민참여단 참여 의사를 확인할 때 맥스터건설 반대 의견을 내면 시민참여단에서 배제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라고 조작 근거를 들었다.

울산운동본부 "재검토위, 경주 공론조작 의혹 검증할 의향이 있다더니..."

울산운동본부는 앞서 이같은 의혹이 여러 언론을 통해 제기되자 재검토위원회가 7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경주지역 공론조작 의혹에 대해 검증할 의향이 있다"고 한 사실을 상기했다.

또한 당시 산업부 장관이 국회에서 이러한 의혹에 대해 "한국능률협회와 한길리서치의 조사방식에 대해 검증할 뜻이 있다"고 밝힌 점도 거론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현재 재검토위원회와 산업부 모두 진상조사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면서 조작 의혹에 대한 근거로 추가했다.
 
울산운동본부는 특히 경주지역 공론화만이 문제가 아니라 공론설계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들은 "재검토위원회는 공론설계를 하기 전 전문가검토그룹을 운영했는데, 전문가검토그룹은 주민의견수렴 범위에 대해 (울산이 포함되는)'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의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최종의견서를 재검토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 "재검토위 내부 회의록에도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의 주민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면서 "그런데도 재검토위는 이런 의견을 무시했고, 경주지역실행기구는 경주시민만으로 공론화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울산운동본부는 따라서 "이러한 과정은 재검토위가 공론설계를 잘못한 탓이며, 산업부는 모든 상황에 대해 재검토위 핑계를 대고 있으나 산업부가 이번 공론화를 '맥스터 건설'에 방점을 찍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울산운동본부는 "울산시민은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울산시민의 의견을 배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지속적으로 항의했으며, 급기야 북구주민투표를 통해 95%가 맥스터 건설반대하는 강력한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그러나 산업부와 재검토위는 말로는 울산의견 수렴 운운하면서도 끝내 울산시민의 의견수렴 없이 공론화를 강행했다"면서 "울산시는 울산시민을 배제한 공론결과를 백지화하고 제대로 재공론화 하라는 요구를 공개적으로 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울산시의회는 지난 7월 28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일방적인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졸속 공론화 중단 촉구 결의문'을 채택, 이를 청와대, 국회, 국무총리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울산광역시 등에 전달했다.

하지만 결의문에도 공론화는 중단되지 않았고 재검토위가 일방적으로 지역공론화 종료를 선언했다.

이에 울산운동본부는 "울산시의회가 공론화 무효와 맥스터 건설저지에 함께 해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와 국회, 산업부가 이번 공론화가 조직적이고도 졸속으로 진행된 점을 밝힐 것을 요구하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