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1일 울산 동구 서부아파트에 인근 공사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맞은편에 있는 서부아파트 3천 세대 입주민들이 아파트단지 바로 옆에 들어설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설로 인해 '아파트균열'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관련기사 : 울산 동구 서부아파트 주민들 "인근 공사로 고통" 호소)

취재 결과, 2년 전 이 아파트단지 앞 도로에서 4평방미터 규모 싱크홀이 발생하는 등 이 지역의 지반이 습지 등으로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부아파트 3천여 세대 중 여러 가구에서 벽 균열 등 피해가 발생하는 데는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서부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3월부터 아파트 단지 곳곳에 '우리 집 무너진다', '시끄러워 못 살겠다', '균열 간 우리 집 보상하라'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항의하고 있지만 지자체나 건설사측으로부터 별다른 대응책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발전에 따라 들어선 서부아파트, 대기업 경영악화에 덩달아 복지 축소돼

지난 1992년 12월 준공한 울산 동구 서부아파트는 약 3000세대로 동구지역 최대규모다. 특히 이 아파트 앞에 있는 굴지의 조선사 현대중공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40여년 전 울산 동구에 국가산업단지 차원으로 들어선 현대중공업은 이후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자 직원수도 대폭 늘었고 이에 공장 앞에 서부아파가 들어서면서 직원과 그 가족들이 거주하는 특수한 아파트로 자리잡았다. 당시 시행사가 현대중공업(주), 시공사가 현대건설(주)인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후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대 규모 조선소로 성장하면서 덩달아 울산 동구도 부유한 도시로 알려져 나갔다. 하지만 지난 수년 간 글로벌 조선경기 불항 등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2018년 10월 7일 오후 5시 30분쯤 울산 동구 서부동 서부아파트 앞 왕복 6차선 도로에서 지름 4m, 깊이 4m 크기의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했다. ⓒ 동구주민 제공

현대중공업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이번 문제의 발단이 된 신설아파트단지 부지(외국인사택 단지로 활용하던 곳)와 함께, 서부아파트 주민들의 복지와도 연관이 있는 서부아파트단지 상가도 매각했다.

상가를 매입한측은 수지타산 이유 등으로 줄곧 운영해오던 목욕탕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서부아파트 3000여 세대 주민들은 목욕탕을 찾아 차를 타고 다른 동으로 가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급기야 외국인사택 단지를 매입한 건설업체가 대규모 새로아파트단지를 짓기 위해 철거작업을 하면서 서부아파트 주민들은 자산의 아파트 벽 균열 등을 호소하게 된 것.

여기다 앞으로 신설 아파트 건설이 본격화되면 그동안 학생들의 통학로이자 일부 주민들의 주차장이기도 한 도로가 폐쇄될 예정이라 학생들의 통학권피해와 주차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주민들은 "조만간 개학이 되면 초등학생들과 중고교생들이 먼길을 빙둘러 등하교해야 할 뿐 아니라, 등하교시 안전문제도 발생 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지난 2018년 10월 7일 서부아파트 바로 앞 왕복 6차선 도로에서 지름 4m, 깊이 4m 크기의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던 점이 새로 부각되고 있다. 서부아파트 주민들이 공사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데는 이 지역의 지반이 약하다는 특성이 있었던 것이다.

지난 1992년 서부아파트 준공 때부터 이 곳에서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서부아파트를 지을 당시 이 일대가 습지였다"면서 "지반이 약한데다 땅 밑에 대형 상하수도관 등이 얽혀 있어 현재 공사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를 부채질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일부 주민들은 3000세대가 있는 지금도 목용탕이 없는 이곳에 4000세대 아파트가 신설되면 주민들의 목욕탕 찾기 고통은 배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이처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지만, 막상 2년 전 있었던 지방선거와, 최근 끝난 총선 전 "주민복지"를 외치던 지자체와 정치권이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아 주민들의 속은 더 타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