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큼직한 보따리를 들고 비둘기호에 오르던 모습을 이제는 볼 수가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비둘기호를 볼 수가 없다.

▲ 울산시 의사당에서 열리고 있는 ‘동해남부선 개통 70주년 기념 사진전시회’

90년대말까지만 해도 울산을 거쳐 남창-서생-월내-좌천-기장-송정-해운대를 잇는 동해남부선의 주인공은 비둘기호였다.

저렴한 운임, 덜컹거리는 기차안. 할머니들은 산나물이며 말린생선을 보따리에 한껏 담아 종착지인 부전역에 내린뒤 하루 일과를 보냈다. 당시 부전역 주변은 상설 보따리장이었다.

짭잘한 판매수입을 올린 할머니들이 흐뭇하게 오르던 비둘기호 막차.

비둘기호는 지난 2000년을 마지막으로 그 모습을 감췄다.

기암절벽과 동해바다가 멋드러지게 어울린 송정-해운대 구간의 풍경은 비둘기호를 타면서 더 운치가 있었다.

▲ 추억속으로 사라진 비둘기호. 철도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 한국철도공사

울산시가 16일부터 22일까지 마련하고 있는 ‘동해남부선 개통 70주년 기념 사진전시회’에서는 아련한 비둘기호의 추억을 더듬을 수 있다.

‘울산의 철도,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러를 주제로 열리고 있는 이번 사진 전시회는 지난 1935년 12월16일 개통된 동해남부선 7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기 위한 것.

울산시 의사당 1층 로비, 롯데백화점 시네마, 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 울산역 등을 순회하며 열리고 있다.

전시회에서는 철도발자취, 고속철도, 경전철(도시철도) 등 테마별 자료 120여점이 전시된다.

울산과 포항을 잇는 동해남부선은 총길이가 147.8km. 경주-포항 구간은 1918년 10월 31일, 부산-울산-경주 구간은 1935년 12월 16일 개통됐다. 울산으로보면 올해가 동해남부선 개통 70주년인 셈.

전시회에서는 지금은 울산의 가장 번화가로 변한 성남동 구역사 모습과 학성동 구역사, 학성동 구역사 승강장 등이 사진으로 남아 울산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유신시절 박정희 대통령이 학성동 구역사를 방문해 파월장병을 환송하는 장면도 자료사진에 담겨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현재 추진 중인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사업, 울산경전철 건설사업 등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높이고 인식전환을 위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