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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 주주총회'가 남긴 것[분석] 30년 지나도 좁혀지지 않는 '재벌-노동자' 입장차
박민철 기자 | 승인2019.06.03 13:17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추인할 주주총회장인 울산 동구 전하동 한마음회관 마당에서 5월 30일 오후 5시부터 7000여명(주최측 추산)의 노동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영남권노동자대회가1박2일간 진행됐다
 
현대중공업이 31일 주주총회장을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남구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긴급 변경해 오전 11시 40분 임시주주총회를 개최, 물적분할 등을 추인했다.

이에 현대중공업 노조와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울산시당과 울산 동구 지역구 김종훈(민중당) 의원이 일제히 "주주인 노동자들 권리마저 침해한 위법주총으로 원천무효"라고 반발했다. 앞으로 법적 효력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이날 주주총회 통과로 일단락 짓는 모습이다. 이날 주총에서는 의결권 주식 72.2%가 참석해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을 참석 주식 수의 99.8%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주주총회 승인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을 통해 주식 100%를 보유하는 중간지주회사와 조선·특수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로 나눠질 예정이다. 이어 중간지주사의 사명을 한국조선해양으로 바꾸고 서울로 본사를 옮긴다. 신설 회사인 현대중공업은 비상장법인이 된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한국조선해양을 두고, 한국조선해양 아래 현대중공업(신설)과 기존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 3개사가 놓이는 구조로 바뀐다.

한국조선해양은 이사회를 열어 권오갑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지난 2월 인수설이 불거진 후 3월 8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간의 전격적인 '대우조선 인수 합의' 발표가 나온 후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은 물론 대우조선 소재지 거제지역은 심하게 요동쳤다.

특히 지난 27일 현대중공업노조가 주주총회 장소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기습점거한 후 5일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대우조선 매각 저지' 투쟁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또한 교훈을 남겼다.

본사 이전 반대한 울산 동구 주민들이건만... 

31일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전국 시도의 공시지가 중 유일하게 울산 동구가 현대중공업 경기 불황의 여파로 1.11% 떨어졌다. 지난 4년간 현대중공업에서 4만여 명이 구조조정 되고 이로 이해 지역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져 텅빈 건물이 늘어가는 것이 그 배경이다. 

동시에 울산 시민은 물론 동구 주민들이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활에 따른 본사이전을 반대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현대중공업의 물적 분할 강행과 그에 따른 노동자들의 반발은 지난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진원지인 울산 동구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때나 지금이나 30년이 지나도 재벌대기업과 노동자들의 입장차 간극이 전혀 좁혀지지 았았다는 것을 역설했다.

특히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는 2년 전 촛불혁명에 따라 변화했을 것 같은 대한민국의 노동·재벌 문제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들이 지적하는 '재벌 경영권 강화를 위한 물적분할'이 노동자들이 우려하는 '고용불안과 지역 주민들의 호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이번 사태로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번 물적분할 저지 투쟁이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재벌 대기업에 맞서는 이심전심 단결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30일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저지하기 위해 전국에서 울산 동구로 모여든 수천 명의 조합원들이 밤샘농성으로 위기에 처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모습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주말이 아님에도 경남, 부산 등지에서 월차를 내고 울산으로 달려와 1박2일 밤샘농성에 기꺼이 참여한 여성 노동자들의 당당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직접 당사자이면서, 동료들이 목숨을 걸다시피 점거농성을 벌이는 와중에도, 총파업이 무색하게 회사측에 동조해 조업을 하는 일부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모습은 멀리서 지지하러 온 여성노동자들에게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였다.

여기다 정치권의 같은 듯 다른 입장들도 주목받았다. 지난 30일 송철호 울산시장은 삭발까지 하며 "현대중공업 본사의 울산 이전을 반대한다"고 했지만 "물적분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혀 현대중공업 노동자와 진보정당과의 입장차를 보여줬다.

상복을 입고 29일과 30일 연이어 기자회견 등으로 "본사이전 반대"를 외쳤던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들이 막상 현대중공업 노동자나 동구주민들로서는 운명이 달린 30일~31일의 저지 농성장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단지 민주당 울산시당은 31일 논평을 내고 "한국조선해양 본사 울산 존치 약속조차 없어 강한 유감을 표시한다"며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주주총회 승인을 지적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현대중공업지부, 금속노조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주주들의 참석권과 의견표명권 침해 등 중대한 결격 사유를 가진, 미리 준비된 몇몇 주주들만 모여 숨어서 진행된 명백히 위법한 주총은 무효다"라고 선언했다.

이들은 "법적 조치를 포함한 원상회복 투쟁에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을 둘러싼 논쟁이 현쟁진행형으로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박민철 기자  pmcline@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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