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0일 오후 2시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왼쪽부터) 윤종오 전 울산 북구청장, 차선열 울산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 윤한섭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진보성향 윤종오 전 울산 북구청장이 재임 기간(2010년~2014년)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해 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 건립 허가를 반려한 일로 손해배상을 청구당하고, 그 손배금을 울산 북구청으로부터 구상당한 결과 결국 자신의 전 재산인 북구지역 아파트가 경매 물권으로 나왔다. (관련기사 : '소신행정' 전임자에게 소송비용 물리겠다는 울산북구청장)

법원경매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윤 전 구청장의 아파트는 2일 경매 물권으로 나와 경매가 시작됐다. 채권자는 울산북구청, 근저당근자는 A은행으로 되어 있다.

그동안 지역 중소상인들과 노동계, 주민들은 거액의 구상금을 물게 된 윤 전 구청장을 위해 코스트코 구상금 청산을 위한 '을'들의 연대와 북구대책위원회를 꾸려 구명운동을 벌였다. 수개월의 서명운동 결과 북구 주민 등 전국에서 총 1만1257명이 구명에 동참했고, 북구의회에 구상금 면제 청원했다.

이에 울산 북구의회는 지난해 12월 21일 구상금 면제 청원을 가결시켰다. 하지만 지난 1월 9일 북구청이 북구청장의 결재로 윤종오 전 북구청장에 대한 4억 6백만원의 '구상금 면제 청원'을 거부하고 경매 절차를 개시했다.

결국 울산 북구청(장)은 전임 구청장이 친서민 정책을 행하다 손해배상 당한 금액을 공동책임으로 대납한 후 구상금을 청구해 경매를 붙인 것인데, 윤 전 구청장 후임 자유한국당 박천동 구청장이 소송을 제기해 아파트를 업류하고, 다시 적폐청산을 내걸고 지난해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이동권 구청장이 주민들의 호소에도 경매를 강행한 결과다.

특히 을들의 연대 호소와 면담으로 더불어민주당 중앙당과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법률검토를 거쳐 공문을 보내 '민주당 울산시당과 북구청이 구상금 면제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고, '북구의회 의결로 구상금 면제가 가능하고 구상금을 면제해도 법적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이 마저 외면당했다. 

윤종오 전 구청장의 대형마트 건축허가 반려 사건은 수년 간 전국적으로 이슈가 돼 국회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도입'과 '입점거리 제한' 등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이끌어냈지만 정작 중소상인의 호소를 외면하지 못한 윤 전 구청장은 전 재산을 잃게 됐다.

한편 경매를 강행한 이동권 울산 북구청장은 지난 1월 10일 입장문을 내고 "윤종오 전 구청장의 구상금 채권은 사법부인 대법원에서 행정부인 구청장의 직권남용을 심판한 사안으로 입법부인 지방의회에서 사법부의 판결을 거스르는 의결을 한 셈"이라며 "현 구청장이 정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윤종오 전 구청장은 당시 자신이 행한 대형마트 허가 반려에 대해 그동안 줄곧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라 지금도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밝혀왔다. 최근 전화통화에서 는 "지역민들이 그렇게 저의 집 경매 중단과 구상금 면제를 호소했는데도 경매가 강행되는 것에 대해 더 이상 무슨 할말이 있겠나"며 "그냥 거리에 나 앉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