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와 현대차노조, 기아차노조 등 노동계가 3월 26일 오전 11시 대법원 앞에서 산재사망유가족 우선특별채용 단체협약 합법 대법원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현대차지부

지난 2015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노조) 조합원이 직업성 암으로 사망하자 유족은 "현대차노조 단체협약에 따라 가족 특별채용"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유가족은 회사를 상대로 단협 위반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5년 10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과 2016년 8월 18일 서울고등법원은 "산재 사망자의 유가족을 우선하여 특별채용하는 노사간 단체협약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유족이 이에 상고하자 대법원은 "법리·쟁점에 관한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검토"를 이유로 사건 접수 3년째에 접어들었지만 판결을 미루고 있다.

이에 금속노조와 현대차노조 기아차노조 등 노동계가 26일 오전 11시 대법원 앞에서 '산재사망유가족 우선특별채용 단체협약 무력화를 규탄'하고 대법원 합법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법원은 사회적 양심으로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고 합법적인 단체협약을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산재사망자 유가족 우선채용 단체협약은 정당하므로 회사측이 즉각 단체협약을 이행하라"면서 "정부는 반복적인 산재사망기업을 처벌하고 산재노동자 유가족을 보호하라"고 덧붙였다.

"산재사망 유가족 우선채용 무력화 판결 당시 부당한 시정명령도 남발"

노동계는 산재사망자 유가족 우선채용 단체협약과 관련한 법원 판결이 나올 즈음 사회 분위기를 설명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때인 판결 당시, 금속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의 '산재사망유가족 우선특별채용 단체협약 조항'에 대한 부당한 시정명령을 남발했다. 이 단협을 두고 "노조가 일자리를 세습한다"는 여론몰이도 있었다.

또한, 해당 조항이 노사자율교섭을 통해 사측의 동의를 얻어 성립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단체협약을 무력화하려는 사례가 많았다.

노동계는 "한 해 2400명의 산재사망이 발생하는 나라지만 정부가 유가족의 생계보호 책임을 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유가족들이 사회적 약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기업의 책임을 명시한 것이 산재사망자 유가족 우선채용이라는 단체협약 조항"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계는 "법원은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 위배'라는 황당한 이유로 단체협약이 무효라고 판결했다"면서 "산재사망 유가족 우선채용 단협 조항을 어떤 특권으로 보고 있는 법원의 시각 자체가 산재사망자 유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상처를 주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가 법적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가족채용으로 최소한의 책임을 지려는 행위가 어떻게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일인가"고 되물었다.

이들은 "법원은 유가족이 제기한 소송에서 '사회통념에 맞지 않는다'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맺은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기업이 단체협약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나섰고, 고용노동부는 손발 맞춰 단체협약이 부당하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며 "정부와 법원은 판결을 근거로 고용세습이니 현대판 음서제라며 여론몰이를 하고 단체협약 무력화에 앞장섰다"고 지적했다.

또한 "회사에서 일하다 업무상 사고와 질병으로 장해를 입거나 사망하는 경우는 사업주가 법적으로 지켜야 할 안전보건의무를 위반해 노동자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따라서 사업주가 유가족의 우선 채용의무를 부담하여 책임지는 것은 부당한 것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히려 법원과 정부라면 사업주의 잘못으로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감으로 단체협약을 맺어놓고도 그것을 지키지 않는 사업주들을 처벌하고 책임분담의 의무를 부여해야 할 것"이라며 "산재사망자 유가족 우선특별채용은 과도하다고 볼 수 없으며 사회적으로 마땅히 지지받아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노동계는 "노동부와 법원은 산재사망 관련 단협을 체결한 그 많은 사업장의 단협을 매도할 것이 아니라 법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사업주를 제대로 지도감독하지 못한 것과 산재사망발생에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를 준 행위에 대해 먼저 유가족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이 사건이 접수된 지 3년째에 접어들었음에도 판결을 미루면서 유가족을 고통 속에 방치하고 있다"면서 "조속히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단체협약 합법 판결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