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울산시당 당원이 14일 울산시의회 기자실 앞에서 울산시의회 의원들이 쓴 해외연수 보고서와 언론보도 내용을 비교한 패널을 들고 있다.

울산시의회 의원들이 논란의 대상인 해외연수를 다녀온 후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대학생들의 리포트 및 신문기사, 공무원 연수보고서 내용을 베껴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나아가 이런 의혹을 비상식적 변명으로 일축시키려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관련기사 : 울산시의회 해외연수에 정의당 "폐지하라")

정의당 울산시당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적폐청산과 개혁을 한다며 당선된 울산시의원들이 기존의 구태와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면서 "시민들 앞에 사죄하고 혈세 낭비에 불과한 외유성 해외연수를 즉각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해당 시의원들이 제출한 해외연수 보고서와 언론기사 등을 비교한 패널도 제작해 펼쳐들었었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자료... 인용 표시만 안 했을 뿐"

앞서 울산MBC는 지난 10일과 11일 "울산시의회 환경복지위원회 의원들이 지난해 9월 싱가포르·말레이시아 해외연수를 다녀와 쓴 해외연수 보고서가 대학생들의 리포트를 무더기로 베껴쓴 의혹이 있고, 뉴스 기사는 물론이고 다른 공무원들의 보고서까지 가져다 쓴 정황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연이어 보도했다. 

또한 같은 날 정의당 울산시당도 동일한 제보를 접수하고 "시의원들의 해외연수 폐지"를 주장했다.

하지만 울산시의회 환경복지위 백운찬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민주당 시당 밴드에 게시한 글에서 "편집과정에서 의원들이 갔던 기관, 시설, 공원 등의 현황이나 자료들을 인터넷에서 추가 다운 받아 편집한 건 사실"이라며 "이러한 자료는 보고서 작성시 누구나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는 것인데도 인용구를 달지 않았다고해 '무단 표절'로 매도하고 있다"고 적었다.

백 의원은 이어 "해외 연수를 다녀온 지 3개월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우리 의원들이 공식발표한 성과보고서는 읽어보지도, 언급도 않고, 유독 추가로 했던 보고서만 가지고 문제를 삼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시의원들 해외연수에 대한 심사위원장격인 안도영 시의회 운영위원장(더불어민주당)도 13일 자신의 SNS에 "당시 환복위 국외활동보고서는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작성됐고 시간의 흐름에 맞춰 일기식으로 작성됐다"면서 "목적은 참가의원들의 느낀점을 표현하기 쉽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논란이 되는 점은 대부분 방문장소 정보에 관한 것인데, 관련정보는 가이드가 설명하는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보니 (문맥이)비슷한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며 "아마 공무보고서 형식으로 만들었다면 대학생 리포트와 비슷하다는 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의당 "팩트체크 해주겠다" 반박 기자회견

하지만 이런 주장은 14일 정의당 울산시당의 기자회견에서 반박 당했다. 정의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과 언론의 비판을 근거 없는 의혹 제기인 것처럼 해명 글을 올린 울산시의회 운영위원장의 글을 보고 저희가 근거도 없이 비방하는 것으로 시민들이 오인할 수 있겠다"며 "이에 사전 검토한 보고서 표절의혹 자료를 통해 시민여러분께 팩트체크를 해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6개월 동안 울산시의회가 진행한 네 차례의 해외연수프로그램의 결과보고서가 부실해 외유성이 아닌가 하는 지적은 계속되어 왔다"면서 "실제 지난해 9월 진행된 환복위의 싱가폴, 말레이시아 연수 경우 의원들이 직접 작성해 발표된 보고서가 초등학생 수준의 감상문이라는 혹독한 평가를 언론을 통해 받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원들의 수준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후 공개된 연수결과보고서에 대한 표절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었고, 두 개를 비교해보면 보다시피 똑같다"면서 "그런데도 표절의혹을 부인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작성한 자료를 출처도 밝히지 않고 표절한 부분은 기가 막힐 지경이며 이 외에도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자료를 짜깁기해 보고서라고 작성한 내용이 허다하다"며 "이럴 거면 인터넷으로 정책참고자료 만들고 말지 무엇하러 혈세 들여가며 의원과 공무원들이 11명씩이나 해외로 나가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러한 외유성 해외연수가 계속 되어왔다"면서 "이런 적폐를 청산하라고 뽑아준 민의를 무시한 울산시의원들은 시민들 앞에 사죄하고 해외연수 중단과 연수예산 반납을 약속 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새롭게 바뀐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오던 해외연수를 중단하므로써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고 일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감시와 비판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